이 책의 이야기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끌었다.더구나 이 책을 쓴 작가는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니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책 표지의 양반집 아가씨 그림도 셈세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그림의 선들이 정교하고 옛스럽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도 이 책에 대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꽃신>은 조광조가 역적에 몰려 화를 당하는 사건인 기묘사화가 배경이다. 역모사건으로 몰린 정판서의 딸 선예와 달이의 이야기다. 조선의 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라 가까워질 수 없는 이들이 가까워지는 것은 꽃신이었다. 달님이가 민들레꽃과 새끼줄로 만든 짚신을 안고 빙그레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신분의 벽을 허물고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 이들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방물고리>는 19세기 조선팔도를 누빈 보부상의 일화에서 글감을 얻었다고 한다. 홍석이를 따라 나서는 덕님의 뒷모습이 그리 슬퍼 보이지만은 않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잃을 때도 있고,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고향을 버리고 방물장수가 되어 떠나는 덕님은 오라버니 이상으로 따르는 홍석이가 있어 힘들어도 잘 이겨 낼 것 같다. <다홍치마>에 나오는 천주쟁이는 목민심서의 주인공 정약용을 모델이란다. 예전에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전남 강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문득 그 곳이 생각나네요.큰돌이가 선비에게 전하려고 한 다홍치마는 실제로 다산 선생님의 부인께서 남편에게 보낸 애틋한 사랑의 징표라고 한다. 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많은 책을 저술하고, 글을 가르치기도 했단다. 세 편의 동화를 읽고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아도,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살다간 우리 조상님들의 삶이 생각나네요.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죠.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고, 애틋한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스며드는 동화 세 편을 만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