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술래의 발소리

방울벌레    배추흰나비    까마귀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뭔가 어둡고 깊은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미치오 슈스케가 독자의 뒷통수를 상당히 잘 때리는 작가'라는 역자 후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꼭지 하나, 하나가 모두 긴장의 연속이다.

226쪽까지 읽는 동안 나는 속으로 연거푸 속삭인다.
'설마...'
'혹시...?'

작가가 향하는 곳으로 방향을 잃은 채 질질 끌려가는 기분이다.
미스테리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더, 더, 더 어두운 곳으로 한 번 데려가 줘! 하고 원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을 정신 못차리게 섞어 놓아서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어렸을 때 많이 읽던 공포 이야기 시리즈를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좀 더 머리를 많이 쓰게 되고, 다 읽고 난 뒤에 지워지지 않는 뒷맛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왠지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어도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것 마냥 읽을 것 같다.




일본어판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보자마자 '느낌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판 책표지도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잘 살린 듯 하다.

번역이 매우 매끄러웠는지 잘 읽혔다. 일본의 신사나 축제에 관한 이야기 등 때문에 각주가 좀 많은 편이기는 했다.
<짐승> 꼭지에서는 원문의 그림을 그대로 살렸다.
한자권 언어라서 그런지 뜻이 통해서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왠지 좀 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 ^;)

작가의 문학적 표현력이 정말 좋다고 느낀 부분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
(원서를 못 읽지만 그걸 우리말로 잘 살린 번역가의 표현도 좋았다.)

"차가운 기억의 손이 내 가슴을 타고 올라와 축축한 손가락으로 내 심장을 움켜쥐려 한다. 마네킹의 얼굴을 중심으로 주위의 풍경이
조금씩, 조금씩 하얗게 사라져 가다가 갑자기 그 사람의 날카로운 비명이 차가운 물처럼 양쪽 귀에 깊숙이 들어와, 나는 소리없는 비
명을 질렀다." - 93쪽

"탄산 거품이 올라오듯 조용한 웃음소리가 서서히 교실에 울려 퍼졌다." - 178쪽


보아 하니 출간한 작품들이 꽤 많은 듯 하다. 그의 다른 작품을 어서 읽고 싶어진다.
(찾다 보니 예~전에 읽은 <섀도우>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흠...다시 읽어봐야 겠다.)

미스터리 소설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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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셰인 존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세계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를 잊지 못 한다.
좋아한다고 해야할지...

어렸을 때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 본 영화를 보기도 전에 주기적으로 머리속에서 재생되곤 했다.
그렇게 혼자 상상을 해버리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제멋대로 만든 이상향이 너무 커졌을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도 실제로 영화를 본 후에는 더욱 그 영화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튼 그 영화를 감독한 스파이크 존스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니...
나같은 사람은 이런 마케팅에 파닥파닥 낚일 수 밖에...^ ^;


그렇게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를 접하게 되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볍지 않은 느낌이다.


신비로운 느낌의 표지 그림.
제목부터 펄이 반짝이는 하드커버의 책표지까지...


원제는 <light boxes>

작품의 큰 줄기를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 새디어스는 마을에 비행을 금지시킨 2월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2월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보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 다른 소설과는 마~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새롭다, 다르다 는 느낌이 가장 강렬하다.

내용 전체가 메타포로 느껴져서 이걸 그대로 느껴야 하는 건지,
나름대로 해석을 해야 하는 건지...조금 곤란했다.

책을 읽고서 든 난해한 기분때문에 다시 읽은 옮긴이의 말을 읽고 뒷통수를 후드려 맞는다.

"앞서 말한 책의 특징들은 이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낱 꿈같은 이야기라고.

그런 독자를 향해 셰인 존스는 이야기하 것이다.
'당신은 하늘을 나는 모든 것을 금지시키려 하는가? 그리고 덧붙일 것이다. '당신은 2월의 편인가?'"


이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
"도대체 이 2월이라는 놈은 뭐야? 자기도 그러기 싫다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야.
왜 '나도 마음이 아퍼~'하면서 학생들 두드려패는 선생같이 불쌍한 척은 하는거야?
뭔가 확실하게 나쁜 놈도 아닌 것이 대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책을 다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2월이라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대한 집착?
그런 것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치 않은 새로운 형식, 새로운 모양, 새로운 내용을 접하면
'저건 아니지 않나?' 하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과거를 답습하고
금지된 것을 금지된 대로 유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새로운 것을 무시하고 하던대로 살려는 태도.
그런 것들이 '2월'을 만들어 내고,
결국 그 '2월'이 다시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닐까?
상상력의 제한이라는 무시무시한 압박으로-
상상력없는 인간? 상상하기도 싫다. ^ ^;

이게 상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득 몇 년전 이슈가 되었던 '귀여니' 사건이 생각난다.
꽤나 흡입력있는 스토리 라인으로 많은 독자를 거느렸던 귀여니.
사람들은 이모티콘 따위가 감히 책에 인쇄되어 출판 될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솔직히 귀여니가 책으로 인쇄하자고 했겠어, 출판사에서 하자고 했겠지-아무튼.)
소설에 대한 모독이라고...했나? 안 했나?
뭐, 아무튼 다소 큰 이슈였다고 기억한다.

대체 그럼 소설은 예술인가? 아니면 정형화된 규격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서인가?
이미 요즘에는 소설가들도 온라인으로 소설을 연재하는 등,
소설에도 다양한 형식이 도입된다.(고 나는 보고 있다.)
어떤 것도 규정된 채 멈춰있을 수 없다. 틀에 갖히는 순간 우리의 존재의미는 사라진다.
그대로면 똑같은 복제품만이 나올 뿐이다.
낯설게 하기는 소설의 기본 아니었던가? (아님 말고;)

어쨌든 이 소설은...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 펼쳤을 때는 왠지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 같다.
또 다른 풀이로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왜 소설은 다 똑같은 형식이냐고-
정말 기존의 형식을 뒤집는 새로움은 없는거냐고-
작가가 급하게 만든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은 지겹다고-
불만에 가득차 있던 당신에게.

자, 여기 <꿀과 연기냄새가 나는 소녀>가 있다.



(* 한발 빼기 : 위의 글은 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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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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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 들어가며...
 그런 책이 있다. 한번 첫 장을 펼치고 나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 하게 되는 책.
 '모방범'을 읽을 때 나는 3권까지 밤을 새면서 하루만에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전개가 빠르면서도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종류가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소설 '고래'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소설만큼 흥미진진한 전개와 독특한 구조가 책장을 넘기는 손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 첫 느낌
고래...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역시 거대함인 것 같다. 그리고서는 굉장히 복합적인 느낌이 한꺼번에 느껴지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리고 책표지에는 거친 파도같은 곡선들이 넘실대는데, 전체적으로 붉은색으로 된 것이
책의 느낌과 매우 잘 어울린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인인 인간의 욕망이 느껴지는 색이랄까.
 
이 책의 주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기도 하고, 내용자체가 뭔가를 주장하거나 명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한 골자로는 금복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춘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금복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진 극단적인 순수함이라고 해야할까,
내면으로 파고들어갔던 인간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집중의 결정체로써 붉은 벽돌이 탄생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욕망하는 것. 지겹게도 지치지도 않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 영화
고래를 읽는 동안 내내 왠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스크린을 앞에 두고 있는 듯 해서, 이거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자 천명관씨는  영화업계에 몸담고 있다고 한다.
그가 만드는 영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책이 더 보고 싶은데 어쩌나. ^ ^
 
# 그것은 고래의 법칙이었다.
소설 내내 나오는 말이 있다. "그것은 __의 법칙이었다" 라는 말인데 나는 이 말이 볼 수록 마음에 들었다.
나올 때마다 재치있고 재미있게 느껴져서 일까.
 
그의 소설을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것 중의 하나인 소설 속 화자의 말투이다. 마치 "얼쑤~"하면서 변죽을 두드릴 것 같은 변사의 목서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매우 맛깔나고 그래서 민속적인 느낌이 난다. 그것이 장르영화같은 내러티브, 그리고 판타지적인 요소들과 섞이면서 매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 매력적인 캐릭터
'고래'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모두 매력적이지만 금복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탁월한 장사수단과 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 게다가 극 후반에서는 성별을 뛰어넘어 모든 금기와 경계를 무시하는 캐릭터가 금복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주요 부분의 주인공은 금복이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머리 속을 채운 캐릭터는 춘희이다. 춘희의 그 아련한 사랑과 순수함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 죽음
심사평을 읽으면서 나도 깨달았는데, '고래'의 모든 등장인물은 죽는다. 하지만 그 죽음이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어서도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고, 내용 자체가 왠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고래'에서는 모두의 죽음이 나오지만 죽음보다 삶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런 특이한 소설이다.
 
# 나가며...
내가 느꼈을 때 '고래'의 느낌은 일단 재미있다. 그 재미의 근본이 무엇인지 설명할 순 없지만, 리뷰를 쓰느라 중간, 중간을 들쳐보아도 금새 빠져들고 말 정도로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일단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것이 좋고, 우리 나라의 토속적인 이야기와 판타지, 그리고 실제 근대 역사를 무리하지 않게 비벼냈다는 것. 은희경 소설가가 심사평에서 표현했듯이 도가니(melting pot), 아주 잘 섞여 녹아든 도가니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련한 마지막 엔딩.
우주로 녹아드는 춘희의 마지막을 잘 표현했다고 느껴진다.
 
이 작품때문에 다른 문학동네 수상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천명관씨의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연약했다. 그리고 죽어 있었다. 아이를 내려다보던 그녀에게 문득 해일처럼 거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것은 한꺼번에 목울대를 밀고 터져나왔다. 춘희는 울었다. 절망적으로 슬프게, 숨이 막힐 만큼 필사적으로 울었다. 태양
은 점점 더 높이 솟아올랐다.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그간의 기나긴 외로움과 고통을 모두 담아
내 울었다. 온몸을 떨며 격렬하게 울었다. 가슴이 터질 만큼 우렁차게, 목이 찢어질 만큼 처절하게...... 울었다."
 
이 문장에서 '태양은 점점 더 높이 솟아올랐다'라는 문구가 들어가서 이 내용을 왠지 더욱 영화처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눈밭에 덩그러니 주저앉아 있는 춘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목놓아 우는 그녀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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