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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셰인 존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세계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를 잊지 못 한다.
좋아한다고 해야할지...
어렸을 때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 본 영화를 보기도 전에 주기적으로 머리속에서 재생되곤 했다.
그렇게 혼자 상상을 해버리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제멋대로 만든 이상향이 너무 커졌을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도 실제로 영화를 본 후에는 더욱 그 영화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튼 그 영화를 감독한 스파이크 존스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니...
나같은 사람은 이런 마케팅에 파닥파닥 낚일 수 밖에...^ ^;
그렇게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를 접하게 되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볍지 않은 느낌이다.
신비로운 느낌의 표지 그림.
제목부터 펄이 반짝이는 하드커버의 책표지까지...
원제는 <light boxes>
작품의 큰 줄기를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 새디어스는 마을에 비행을 금지시킨 2월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2월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보면 될 듯 싶다.
하지만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 다른 소설과는 마~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새롭다, 다르다 는 느낌이 가장 강렬하다.
내용 전체가 메타포로 느껴져서 이걸 그대로 느껴야 하는 건지,
나름대로 해석을 해야 하는 건지...조금 곤란했다.
책을 읽고서 든 난해한 기분때문에 다시 읽은 옮긴이의 말을 읽고 뒷통수를 후드려 맞는다.
"앞서 말한 책의 특징들은 이 작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낱 꿈같은 이야기라고.
그런 독자를 향해 셰인 존스는 이야기하 것이다.
'당신은 하늘을 나는 모든 것을 금지시키려 하는가? 그리고 덧붙일 것이다. '당신은 2월의 편인가?'"
이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
"도대체 이 2월이라는 놈은 뭐야? 자기도 그러기 싫다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야.
왜 '나도 마음이 아퍼~'하면서 학생들 두드려패는 선생같이 불쌍한 척은 하는거야?
뭔가 확실하게 나쁜 놈도 아닌 것이 대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책을 다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2월이라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대한 집착?
그런 것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치 않은 새로운 형식, 새로운 모양, 새로운 내용을 접하면
'저건 아니지 않나?' 하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과거를 답습하고
금지된 것을 금지된 대로 유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새로운 것을 무시하고 하던대로 살려는 태도.
그런 것들이 '2월'을 만들어 내고,
결국 그 '2월'이 다시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닐까?
상상력의 제한이라는 무시무시한 압박으로-
상상력없는 인간? 상상하기도 싫다. ^ ^;
이게 상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득 몇 년전 이슈가 되었던 '귀여니' 사건이 생각난다.
꽤나 흡입력있는 스토리 라인으로 많은 독자를 거느렸던 귀여니.
사람들은 이모티콘 따위가 감히 책에 인쇄되어 출판 될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솔직히 귀여니가 책으로 인쇄하자고 했겠어, 출판사에서 하자고 했겠지-아무튼.)
소설에 대한 모독이라고...했나? 안 했나?
뭐, 아무튼 다소 큰 이슈였다고 기억한다.
대체 그럼 소설은 예술인가? 아니면 정형화된 규격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서인가?
이미 요즘에는 소설가들도 온라인으로 소설을 연재하는 등,
소설에도 다양한 형식이 도입된다.(고 나는 보고 있다.)
어떤 것도 규정된 채 멈춰있을 수 없다. 틀에 갖히는 순간 우리의 존재의미는 사라진다.
그대로면 똑같은 복제품만이 나올 뿐이다.
낯설게 하기는 소설의 기본 아니었던가? (아님 말고;)
어쨌든 이 소설은...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 펼쳤을 때는 왠지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 같다.
또 다른 풀이로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왜 소설은 다 똑같은 형식이냐고-
정말 기존의 형식을 뒤집는 새로움은 없는거냐고-
작가가 급하게 만든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은 지겹다고-
불만에 가득차 있던 당신에게.
자, 여기 <꿀과 연기냄새가 나는 소녀>가 있다.
(* 한발 빼기 : 위의 글은 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임을 밝히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