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이름 없는 독


우리는 알게 모르게 모두 '독'을 품고 산다.
그것은 몇 일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없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몇 십년이 지나서도 갑자기 수면위로 떠올라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맹독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사회에서 맹독이 뿜어져 나오는 경우는 범죄가 일어날 때 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에서는
범죄자 혹은 살인자를 그저 '나쁜 놈'으로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독을 마음 속에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뿜어버리고 만,
또 다른 피해자로 등장한다.

우리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그냥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알려진 정보가 그 사람이 저지른 나쁜 짓에 대한 것 뿐이니까.
그냥 그 사람은 미친 놈, 나쁜 놈, 때려죽일 놈, 비인간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놈 으로 정리를 한다.

하지만 '독'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만들어 지는 것.
사회라는 연결고리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강한 독을 품고 만다.
그리고 그 독이 비극을 만들어 낸다.

'독'은 참는 것보다 내뿜는 게 훨씬 쉽다.
미친 놈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퉤!'하고 침뱉고 욕을 해버리는 게 훨씬 간편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참 독을 많이 뿜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악성댓글들과 루머들을 볼 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나도 이해가 안 될때가 많다.
'어떻게 저런 짓을 하지?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하지만 '저딴 생각을 하다니 미쳤구만!' 이라고 하는 건 쉽지만 조금 어렵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건가? 어떤 근거가 저런  말을 하게 만들까?'라고 잠깐 관심가진다면,
무언가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독이...녹아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완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너와 내가 독을 내뿜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정작 침을 뱉어야 하는 건 범죄자에게가 아닌 우리 사회에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책의 마지막은 항상 사회가 만든 독은 사회가 치유한다는 매듭을 짓곤 한다.
항상 그렇듯이 촘촘하게 짜여진 구조와 적당한 양의 암시가 잘 섞인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었다.
다만 '겐다 이즈미' 캐릭터가 가진 독의 원인을 조금 더 풀어주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책에서 스기무라 사부로의 탐정활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 번역

 일본어 번역을 잘 모르지만 읽는 동안 별로 걸리는 부분없이 잘 읽혔다.
 번역가 '권일영'씨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아야쓰지 유키토의 소설 등 추리소설을 많이 옮겼다고 되어 있다.
 추리소설을 번역하다니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 본문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
- 본문 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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