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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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여자들이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사회에서 내 몫이상을 해내려는 여자들. 마치 늘 쓸모를 증명해야 존재할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계속해서 자기를 몰아붙이는 여자들. 예전엔그냥 대체로 여자들이 더 근성있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서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이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입증하지 않아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내가 이렇게 열심히 다른 사람들의 필요, 사회의필요, 공적인 필요에 부응해내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갈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 여자들에게도 꼭말해주고 싶다. 증명하지 않아도, 입증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해명하지 않아도된다고 말이다. 당신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충분히 수용받았다면, 당신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권리감 있는 인간들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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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젠더 이데올로기와 모성애가 전제된 동화 선녀와나무꾼에서 만약 선녀가 날개옷을 수시로 꺼내어 볼 수 있었다면 그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가? 선택할수 있다는 자유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 자체보다도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어떤 일이든 이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들면 나는 어쩐지 더 지치고 거부감이 든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커뮤니티와 창작 활동을지속하게 된 나름의 비결이라고 어디 가서든 자주 실토한다. 살면서 평생 갈 거라 다짐하고, 끝까지 함께하자 막 맹세했던 일중에 잘된 일이 별로 없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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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출산은 공간뿐만 아니라 ‘나‘라는경계 자체를 허무는 경험인 걸까. 영원히내 것인 줄 알았던 내 몸 한자리를 다른 생명에게 내어주면서 이미 나도 모르고 (이후 파생될 개방 조약 전문에) 동의해버린걸까. 5년을 끊었던 육류에 대한 갈망이임신 초기 내 머릿속을 사로잡고, 출산이임박해 내진하는 의사의 손이 몸속으로 들어오고, 아홉 시간 진통을 했어도 끝내 수술칼이 내 배를 뚫고 들어오고, 아이를 낳고 나니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가슴마저도 내 것이 아니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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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딘가에 선을 그을 수 있었다. 아이의 성취는 내가 축하할 일이고, 아이의 실패는 내가 위로할 일일 뿐이다.
아이의 성취와 실패를 나의 책임으로 내가통제해야 할 일로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이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 상처를 받았을 때, 아이를 품어주고 아이를지켜주고 아이를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세상에 없게 된다. 아이와 나 사이를 분리해야만 나는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타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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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은 서로 상충하거나 무관한 말 같지만, 둘 다우리 삶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고 둘 다 창조성의영역에 속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창조성의 이미지는 비범한천재가 홀로 오랜 시간 몰입하고 집중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만들어낸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창조적인 작업은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진짜나다운 것은 너를 보살피고 너에게 침범당하며 너와 뒤섞이는와중에 만들어진다. 진짜 창조물은 머리만이 아니라 손발과팔다리로, 마음과 오장육부를 거쳐 만들어진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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