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미해결문제들 - 대멸종의 원인에서 블랙홀 관찰까지, 과학사의 12가지 미제
다케우치 가오루.마루야마 아쓰시 지음, 홍성민 옮김, 최재천 추천 / 반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2015년 8월 카오스재단에서 정회원에게 보내는 책이 도착했다. 반니에서 출간한 <과학의 미해결문제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 가운데 12가지를 소개한다. (해결된 문제도 하나 소개한다. 푸앵카레 추측이다) 가벼운 책이고, 내용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백 번 말하느니 한 번 보는 편이 낫다! 가장 쉬운 미해결 문제인 '소파 옮기기 문제'부터 살펴보자."

'미해결'이 아니라 '가장 쉬운'에 방점을 찍은 나는 낑낑대며 문제를 풀었는데, 그 답이라고 내놓은 값은 보잘 것 없었다. (선 몇 개와 손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푸앵카레 추측은 문제부터 해결까지가 드라마틱하다. 사이먼 싱이 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이미 까치에서 출간된 책(도널 오셔, <푸앵카레 추측>, 전대호 옮김, 까치)이 있으니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앞으로 누군가 또 이에 대한 책을 쓸 것이다)


푸앵카레 추측은 2000년에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채택한 7가지 현대 수학의 난제인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로, 문제 풀이에 성공하면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평범한 수학자였던 그리고리 페렐만이 2002년부터 2003년에 걸쳐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했다며 인터넷에 논문을 올렸다. 그러나 중세시대라면 모를까, 현대에는 수학 논문이라면 '동료의 심사를 거쳐 전문 잡지에 게재된 논문'을 가리킨다.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 진짜라고 인정을 받은 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멋대로 인터넷에 논문을 올려놓아도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많은 수학자들이 페렐만의 논문이 엉터리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수학자가 읽어도 횡설수설인 데다가 수식도 적어서, 모두 '망상가가 쓴 논문'이라며 관심두지 않았다.

그런데 푸앵카레 추측의 전문가들은 달랐다. 바로 반응은 없었지만, "쉽게 해독할 수는 없으니 혹시 진짜가 아닐까?" 하며 술렁댔다. 그리고 4년에 걸쳐 다수의 수학자가 페렐만의 논문을 검증했다. 검증 결과, 그의 논문은 망상이 아니라 '진짜'임이 밝혀졌다.

다케우치 가오루, 마루야마 아쓰미, <과학의 미해결문제들>, 홍성민 옮김, 반니



내가 여기에서 놀란 대목 중에 하나는 검증 기간이 '4년'이나 걸렸다는 거였다. 그렇게나 오래 걸릴까? 저자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 수학은 전문 분야가 극도로 세분화되어 있다. 실제로 강연회에 참석했던 수학자 중에 페렐만의 설명이 옳은지 그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물리학적 방법을 사용했으니 물리학자는 이해했을 법한데, 그렇지도 않았다. 물리학자는 수학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케우치 가오루, 마루야마 아쓰미, <과학의 미해결문제들>, 홍성민 옮김, 반니



이런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그 후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2010년, 클레이 수학연구소는 페렐만에게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공로로 100만 달러를 수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거부했고 2006년에도 필즈상을 수상했으나 거부했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연금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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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08-2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푸행카레의 추측이야기는
그 후의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왜 그는 돈과 명예를 거부하는 걸까요~?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boooo 2015-08-29 15:51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거 같습니다. ^^

테레사 2015-08-2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저도 사이먼 싱의 책은 읽었지요..페렐만의 일화도 알고 있습니다..천재의 관심은 오로지 그가 꽂힌 수학에만 가 있지 그 외 나머지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인 모양입니다. 페렐만이 왠지 정겹게 느껴지네요. 언젠가 테트리스를 발명(?)한 러시아 천재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도 물욕엔 별 관심이 없었다는.....우리같은 사람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boooo 2015-08-29 15:51   좋아요 0 | URL
러시아 사람들이 특별히 그런 성향들이 많은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