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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장미의 이름을 세번째로 읽기 시작했다. 장미의 이름 말고도 에코의 소설을 여러권 보긴 했지만, 제대로 읽은 게 별로 없다. 그의 소설 중에선 역시, 장미의 이름이 최고라 생각하는데, 이윤기의 번역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싶다. 그런데 대단하다 싶은 그의 번역에도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984년에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다. 하지만 출판하겠다는 회사가 없어서 원고가 2년을 겉돌았다. 편집 디자이너 정병규 형의 도움으로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펴낼 수 있었다. 1986년에 펴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오금이 저렸다. 실수했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래서, 1992년 미국에서 원고를 다시 손보았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장미의 이름> 관련 서적을 구입, 약 5백 개에 이르는 각주도 달아, 같은 해 개역판을 냈다. 오금 저린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잡초 없는 뜰이 어디 있으랴,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면서 8년을 보냈다.
2000년 3월, 무려 60쪽에 달하는 원고를 받았다. 철학을 전공한 강유원 박사의, '<장미의 이름> 고쳐읽기'라는 제목이 달린 원고였다... 매우 부끄러웠다. 이 원고는 무려 3백여 군데의 부적절한 번역, 빠져 있는 부분 및 삭제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강 박사의 지적은 정확하고도 친절했다. 나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움베르토 에코의 해박한 중세학과 철학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2000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강유원 박사의 지적을 검토하고, 3백 가지 지적 중 2백 60군데를 바르게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강유원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끄러웠다고 고백하고, 그의 지적을 새 책에 반영해도 좋다는 양해를 얻었다. 이것이 바로 <장미의 이름>에 내가 세 번째로 손을 댄 내력이다.
<장미의 이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