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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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좋겠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요."

이에 대해 저자는 석사-박사-조교-강사-조교수로 이어지는 일본식 계급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반면, 미국의 시스템은 이와 다르다고 한다.

박사 학위를 받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후의 인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운이 좋다면 대학의 조교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을 받는 건 맞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전혀 상상과는 다르다.

조교로 채용된다는 것은 아카데미의 탑을 오르기 위한 사다리에 발을 얹어놓은 것임과 동시에 계급사회에 진입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아카데미는 밖에서 보기에는 반짝이는 탑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어둡고 칙칙한 문어단지 속이다. 강좌제로 불리는 이 구조의 내부에는 전근대적인 계급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교수 이외의 모든 사람은 하인이나 다름없다. 조교-강사-조교수.자신의 인격은 팔아버리고, 나를 버리고 교수에게 빌붙어서는 그 사다리에서 혹시 발을 헛디디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온갖 잡무와 학대를 끝까지 견대낸 자만이 이 문어단지의 가장 안쪽에 마련된 방석 위에 앉을 수 있다. 오래된 대학의 교수실은 어느 곳이나 죽은 새 냄새가 난다.

미국의 시스템은 대학을 구속하는 일본의 강좌제와는 상당히 다르다. 교수, 조교수, 강사 등의 직급은 있으나 그 사이에 지배-피지배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이 독립된 연구원이며 직함은 단순히 연구 경력의 차이 정도에 불과하다. 독립된 연구원이란 스스로 연구 기부금을 벌 수 있는 연구원이란 뜻이다. 연구원의 생명줄은 바로 이 기부금이다. 때문에 그들의 최우선 사항은 정부의 예산 혹은 민간 재단의 기부 등을 확보하는 일이다.
대학과 연구원의 관계는 단적으로 말해 임대 빌딩과 임차인의 관계다. 대학은 연구원이 벌어들인 기부금 중에 일정액을 가져간다. 그 돈으로 연구공간과 광열, 통신, 유지보수, 보안 등의 인프라 서비스 그리고 대학의 브랜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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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5-0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금년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입니다. 약 5년 전 샀는데 그 동안 진작 왜 안 읽었었는지....

boooo 2015-05-09 11:4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 책을 시작으로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을 계속 찾아 읽고 있어요 ^^

cyrus 2015-05-04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다수 대학교수의 연구실에 가면 쉰내가 가득할 겁니다. 교수라는 직함에 의지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이름만 교수가 많아요. 이런 가짜 교수 밑에 공부하고, 잡일을 도맡는 조교, 조교수는 고생하죠
.. ㅠㅠ

boooo 2015-05-09 11:43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현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