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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도 이뤄냈으니까
허우령 지음 / 부크럼 / 2024년 5월
평점 :
<잃어도 이뤄냈으니까>는 14살, 자고 일어나니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며 하루아침에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린 작가가 장애와 처음 맞닥뜨린 그때부터 끊임없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성장한 과정을 담아냈어요.
이 책에서 허우령 작가님이(저는 책을 통해 만났으니, 허우령 아나운서가 아니라 허우령 작가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KBS 7기 장애인 앵커에 도전하는 마음먹기 부터 1차테스트를 거쳐 '최종합격 입니다'를 함께했어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할 수 있을까 하는 작가님의 목소리에 속으로 분명 될 거라고 확신이 들었어요.
작가님 프로필에 적힌 KBS 7기 아나운서를 봤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작가님이 도전하려는 마음을 먹기까지 함께 설레고 허우령 작가님 아니면 누가 되겠어, 하는 편애하는 마음까지.
'우령의 유디오' 구독자를 가리켜 우동이라고 부른다 하던데, 전 구독자가 되기 전부터 우동이가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우령의 유디오' 구독자입니다.
눈을 떴는데도 여전히 암흑이라며 어떨까요.
며칠 전 읽었던 소설 <버블>은 주제의식이나 이야기에 담은 의미는 다르지만, 주인공은 사람을 만날 때 반드시 눈을 감아야 하는 규칙이 있는 곳에서 살았어요.
비언어, 이를테면 몸짓이나 표정, 눈빛 등에서 파악할 수 있는 언어에 담지 않은 진짜 의미를 알 수가 없어 만성 불안증에 시달리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가족을 제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그런 가족마저 진짜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일부러 회피할 테지요.
저는 작가님이 14살에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을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도, 걸음마 연습하듯 마음은 급하지만 잘 헤쳐나가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또한 작가님의 따뜻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깊숙이 닿았던 부분은 작가님이 열 네살, 그때를 회상하며 쓴 글들이었어요.
그리고 부모이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겠지만, 열 네살 허우령이 받고 싶었던 위로를 받지 못해 서글펐던 그 마음들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책 후반부, 이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을 할 수 있고, 그 말에 책임지듯이 정말 알아서 잘 해내는 작가님을 거울 앞에 선 듯 내 모습과 마주해 봅니다.
무채색이어도 괜찮다는, 나만의 색이면 된다는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우동이로 작가님과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