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주검 은밀한 애도
오가와 요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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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일흔다섯 번째 책.

 

★★★

 

열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연작이라고 해야 할까, 작품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단 큰 역할은 없더라도 공통된 공간 배경이 언급된다. 그리고 인물들이 서로 겹치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 스치듯 나왔던 인물이 다음 작품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그 작품의 단역이 또 다음 작품의 주요 인물이 되고… 이야기들이 이렇게 조금씩 겹치다가 마지막 작품은 첫 작품으로 되돌아오는, 그런 식의 구성이다.

 

이야기들로 말할 것 같으면 제목처럼 ‘죽음과 애도’에 관한 이야기로 읽기엔 조금 모호한 작품들이 있다. 작가는 죽음을 생(生)의 반대 개념으로서만이 아니고 ‘존재의 사라짐’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애도’라는 단어도 행위보다는 감정과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된 단어로 보이는데, 작품들마다 기저에 흐르는 감정이란 게 약간 독특하다. 쓸쓸하면서 서늘하달까.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작품집은 적당히 흥미롭고 예쁘게 꾸며졌지만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동굴이 도사린 ‘인형의 집’ 같다. 작품들마다 슬픔과 외로움, 한탄과 애수, 아련한 노스탤지어 등이 적절히 배어있고 여기에 이야기의 그늘 아래 은밀한 어둠, 사악함, 기괴함 등이 어우러져 왜곡된 아름다움 같은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작정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의도한 것도 아니고 첫사랑 같은 설렘도 없고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도 없는, 독특하면서도 밍밍한, 일본 소설 특유의 맛이랄까, 분위기랄까, 그런 걸 느꼈는데, 이는 일본 소설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

 

각각의, 혹은 전체의 이야기들은 어떤 의미일까. 아리송하다. 모든 소설 작품에 의미란 게 있을 리가 없고 또 그것을 굳이 캐내려는 노력이 그야말로 무의미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난 솔직히 그런 독자고 그런 식으로 책을 읽어 왔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필요한 건 ‘이건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이다. 적어도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을 써야만 했던 건지’ 그 의도라도 짐작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집은 ‘글쎄올시다’라는 감상이 적절하겠다. 강렬하면서 동시에 편집증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한 시도라면 일단은 성공했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읽을거리로서는 약간 미심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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