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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평점 :
26년 일흔 번째 책.
★★★
❝살아 있잖아, 살아 있잖아요. (336쪽)❞
‘카페 시트론’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모임이 열린다. 벌써 이십 년 가까이 됐다. 이름 하여, ‘언덕 중간의 책 읽는 모임’. 참가자는 78세에서 92세까지의 노인 여섯 명. 여기에 고모를 대신해 운영을 맡게 된, 카페의 매니저 ‘얏쿤’이 최근 합류한다. 얏쿤은 등단한 소설가이지만, 어떤 이유로 쓰기를 멈췄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낭만적인 배경, ‘책’이라는 소재와 ‘읽기’라는 활동을 주재료로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사랑과 관용, 연대와 위로를 전달한다.
독서 모임 참여자 개개인의 스토리를 상세히 드러내기보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노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무리 안에서 한 개인을 차별화시키는 요소들, 개성과 인격, 사람됨, 그(혹은 그녀)다움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그런 탓에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대신 삶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연속성, 외형은 변할지라도 죽을 때까지 간직되는 개인의 본질과 성격의 핵심, 개별성을 지닌 각자로서의 개인이 타인과 우연히 만나는 순간, 그 교차점에서 불꽃이 튀듯 보이는 유사성 등이 책읽기라는 공통된 행위를 중심으로 보이고 탐구된다.
젊은 소설가가 슬럼프에 빠져 쓰기를 중단한 이유도 이야기의 작은 핵을 이룬다. 얏쿤의 그런 사정은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며 어떤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는 그저 받아 적는 사람, 옮겨 적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글감과 소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타인의 삶이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렇게 쓰인 글을 작가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상과는 많이 달랐던 작품이었다. 좀 더 차분하고 건조하며(독자의 태도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읽는 내내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삶에 대한 자세랄까. “살아 있잖아요.(336쪽)”라는 ‘쇼코’의 외침은 이 세상을 사는 모든이들을 위한 응원처럼 들린다. 이건 살아 있음에 대한 찬미로서 삶에 대한 집착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 지나온 시간에 대한 경의와 동경, 그리움이랄까. 살아 있다는 것. 호흡하고 감각하고 유기생명체로 존재하는 것, 우리에게 기대할 수 있는 미래와 추억할 수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다행한 일인지.
작품 속, 독서 모임에서 텍스트로 삼는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라는 작품(실제로 존재하는 판타지 동화이고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적이 있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 부분에 대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공감할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이 동화에 대해 잘 알았더라면, 이 작품에 대한 감상도 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