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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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예순네 번째 책.

 

★☆

 

단편 세 작품에 프롤로그’, 그리고 작가의 에세이 한 편이 실렸다. 프롤로그의 분량이 꽤 긴데다 뒤에 이어지는 연작 형식의 세 작품과 내용이 이어지니, 독립된 단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단편 세 편+에세이 한 편이 기본 포맷인 다른 트리플시리즈와 달리 다른 작가들에게 제공된 공간보다 더 많이 주어진 셈이다. 작가는 이 넓고 빈 터에 어떤 세계를 펼쳐 보일까.

 

꾸역꾸역, 힘들게 읽었다. 인물은 호감이 전혀 생기지 않고 감정을 줄 여지도 없다. 인물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고뇌의 실체가 없어 공감하고 응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재미가 없다. 인물들이 꾸준히 움직이고 계속 뭔가를 하는데, 동기도 모호하고 그 뭔가 함의 의미를 모르겠다. 페이지는 계속 넘어가는데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안 잡힌다. 이야기가 뜬구름 같으니 흥미가 안 생긴다. 호기심이 안 생기고 뒷일이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결말이 궁금하긴 했다. 과연 이 혼돈을 작가는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결국 지루해지다가 책을 읽는 게 고역스러워진다. 소설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어필할 요소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럼 어떤 모종의 의미라도 있을까? 글쎄.

 

형식적인 면에서도 그다지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문체에 소위 문장 수집가들을 유혹하는, 시선을 붙드는 문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작가 만의 그 무엇도 찾아보기 힘들다. 작가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쓸 뿐, 자신의 머릿속에 머무르려는 태도도 개성이라면 개성이겠지.

 

작가가 이런 작품들을 (무려 네 편씩이나) 쓴 데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에세이를 정독했으나 머리만 더 어지러울 뿐이었다.

그나마 문학비평의 힘을 빌려 이 작품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 읽지도 않는 작품 해설을 읽었지만 별 도움이 안 됐다. 비평이란 게 원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던가.

 

충분히 매력적인 혼돈은 분명 존재한다. 모호하기만 한 혼돈은 그냥 혼돈 그 자체다. 질서가 결여된 환상성은 난삽하고 산만해 보인다. 소설 작품은 이성과 감성이 함께 동원되어야 한다. 잘 쓰인 소설은 정교한 건축물, 맛있는 음식과 같다.

 

최미래 작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이 작품집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을 터이니, 이 모든 감상은 그저 나의 취향과 안 맞았던 것으로, 내 독법이 모자란 것으로 돌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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