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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26년 예순두 번째 책.
★★★
문장들에 서린 긴장감이 좋다.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는, 클리셰 같은, 빤한 문장들이 별로 보이질 않아 생동하는 느낌이었다. 이 문장이 이렇게 끝난다고? 이런 순간들이 많았는데, 단어의 조합이나 표현들에 들였을 작가의 고민과 숙고가 드러난다.
배경과 설정이 정말 다양하고 인물들의 직업, 소재들이 참신하다. 전작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도 느꼈던 바인데, 작가가 이 모든 글감들을 제 것처럼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다.
반면 난해하고 모호한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작가의 전작들과 비교해 볼 때, 작가가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한 느낌이 확연하다. 자신의 세계에 좀 더 집중했다고 보이는데, 수록작 절반이 굵직한 문학상 수상작임에도 내겐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독자로서 조금 소외된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해와 공감을 가로막는 무언가를 느꼈던 것 같다. 서툰 건 분명 아닌데 조금 빈약했달까. ‘작가 세계’와 ‘작가만의 세계’는 엄연히 다른 거란 생각도 했다.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던 성적 긴장감이 나중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쾌감을 주는 한편, 인간 본성의 잔혹함을 부각한 <상리>, 튀르키에의 난민촌을 배경으로 타인의 상처와 고통을 대면하는 이의 진심에 대한 이야기인 <이 모든>, 1980년 ‘사북항쟁’을 소재로, 폭력 피해의 경계를 묻는 <김춘영> 등은 비교적 쉽게 읽혔다.
유적 발굴 현장을 무대로 쌓이고 퇴적된 폭력의 상흔을 고발하려 한 듯한 <무장하는 날>, 화자의 노스탤지어를 긴 호흡으로 풀어낸 <정선>, 동시다발적인 재난들을 배경으로 한 장소에 인물들을 고립시킨 후 그들을 관찰한 듯한 <그곳>, 시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여성 화자의 각성을 보여준 듯한 <고별> 등의 작품은 선뜻 이렇다고 할 만한 감상이 없어 어려웠다. 읽는 데엔 막힘이 없었으나, 음식을 실컷 먹고 체한 느낌 같다고나 할까. 이런 작품들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끼라고 하던데 뭘, 어떻게 느껴야 할지.
작가는 작품집의 제목으로 왜 ‘사랑’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가시적으로 사랑에 대한 작품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그 이유를 고민하고 유추해보면 어렵사리 읽어냈던 작품들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가능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