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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 설킴 ㅣ 부클래식 Boo Classics 69
테오도어 폰타네 지음, 박광자 옮김 / 부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질질 짜는 결말이나 환상적인 해피엔딩이 없는 로맨스. 130여 년 전의 소설이 이리도 담백할 수가. 다른 양념 없이 새우젓으로만 간을 한 맑은 조치 같다.
이름 뿐인 귀족 청년이 세탁부의 딸과 사랑에 빠지지만 빚 청산에 도움이 될 부유한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세탁부의 딸도 한 공장의 책임자와 결혼한다.
연인들이 제 짝을 찾는 과정에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거나 연적에게 복수심을 품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인물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고 있고 자기 그릇에 맞춤한 결정을 한다. 각자의 결정에 이르는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계급 차이를 극복하여 마침내 사랑을 이루는 통쾌함은 없지만 현실적인 결말에 안심이 된다.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마음에 회한은 남겠으나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할 일.
당대(1888년) 독일의 사회 분위기와 역사적 사실들이 잘 반영된 글이라고 한다. 부유한 노동계급의 출현과 가난한 귀족 계급의 몰락은 사회의 갈등과 역변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아직까지 순응해야 할 대세적 질서로 보인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 ‘보토’와 ‘레네’의 짧은 사랑은 눈부시기보다 차분히 빛나는 윤슬 같다.
저자는 거의 환갑을 앞둔 나이에 첫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 전에 이미 여행기와 운문 등을 출판하고 신문기자로 밥을 벌어먹었다고 하니 그 나이에 작가 데뷔를 했네, 하는 건 의미 없는 말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