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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
미셸 리치먼드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6월
평점 :
결혼은 사회적인 약속이지만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콘크리트가 아닌 유리 같은 관계랄까. 하지만 이 위태로운 약속에 ‘강제성’이 끼어든다면? 이를테면 이런 거. 두 사람은 바람을 피우거나 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플러팅 비슷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이 정도까지는 이해가 된다. 분기별로 서로에게 선물을 하고 부부만의 여행을 가고, 기타 등등, 이런 사항들이 의무가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를 어기거나 이행하지 못할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끌려가 감금되거나 육체적인 처벌이 가해진다면 어떨까.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갓 결혼한 ‘앨리스’와 ‘제이크’ 부부는 ‘협약(the Marriage Pact)’에 참가할 것을 제안 받고 서류에 사인하고 그들의 일원이 된다. 호기심 반 장난 반이었으나 일이 점점 커진다. 그들을 감시받고 평가받는다. 사소한 오해와 실수로 두 사람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육체적 고문이 현실화된다. 그리고 그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단순히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잘 살아’ 정도가 아니라 ‘잘 살지 않으면 죽여버릴 테다’ 이런 수준이니, 그냥 ‘나 안 할래’ 하고 탈퇴하던가 경찰에 신고하던가 그럼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도 안 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부부는 어떻게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작가가 그럴 듯하게 설득한다. 판이 짜이고 나니 모든 상황에서 서스펜스가 발생한다. 사랑과 결혼이 과연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독자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협정’이라는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까지 더해지고 폭력의 강도가 수위를 높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 복잡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 두 사람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작가가 결혼에 무슨 한이 졌나, 싶을 정도로 가학적인 이야기인데 불편하면서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위험천만한 협정의 테두리 안에서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내면이 잘 그려졌다. 긴장감 하나는 끝내준다. 분량이 좀 많다 싶은데(607쪽) 휘리릭 읽힌다. 암담한 엔딩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유추하게 만들어 여운이 길다.
전반적으로 ‘스티븐 킹’의 단편, <금연주식회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