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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이웃
이수안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평점 :
❝세상엔 수많은 선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선 밖으로 조금씩 밀려났지만 선 밖의 세상이 더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울타리가 좀 더 넓어진 뿐이었다. (<정성을 다하는 생활>, 295쪽)❞
<소셜 다이닝>은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아이러니와 현대인들의 가면을 기발한 소재와 수다스러운 필체로 유쾌하게 폭로한다.
<반려>는 타인의 불행을 기회로 삼으려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그늘에 가려져 소외되는 인간을 대비시키며 진정한 인간애란 무엇인지 묻는다.
우리가 보는 게 전부가 아니며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앨리스 타운>과 현대인들의 배타성과 집단이기주의를 주거 커뮤니티의 폐쇄성에 빗댄 <홈 스위트 홈>은 연작처럼 읽힌다.
선의와 악의가 공존하는 내면을 보여주는 <테라스가 있는 옥상 별채>는 다면적인 이야기다. 성급한 실수 뒤에 도사린 편견을 고발하는 이야기로 읽히는가 하면, 앞둔 것이라곤 상실과 외로움뿐인 노년의 위태로운 삶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로도 읽힌다.
마지막 두 작품은 이 책의 백미이다.
‘save the best for last’라는 말로 감상을 대신할 수 있는 <도그 워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괜찮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달한다. 우리의 최선은 아직 남아 있고 최악은 닥치지도 않았다는 위로는 어떤 불행도 결국 넘어설 수 있으리란 용기를 부른다.
정말 별것 아닌 소재로도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쓸 수 있구나, 싶은 <정성을 다하는 생활> 역시 희망과 긍정의 이야기다. 위 두 작품은 눈부신 낙관이 오히려 눈물샘을 자극한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고 싱그러운 공기가 콧등을 간질이는 초원에 누워 있는 듯한 기분을 남긴다.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담아낸 이야기들이다.
여성으로서의 긍지와 연대를 말하려 한 듯한 <세상의 기원>과 다소 모호한 결말의 <모나로부터 모나에게>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이수안’의 첫 소설집. 따뜻함과 서늘함, 유쾌함과 건조함이 공존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