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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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강제 이주의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들며, 낯선 타국에서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이들을 외면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아들을 삶에서 배제시킨 아버지에 비유한 <고려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탈북민으로 영국에 정착한 아버지를 둔 2세들의 이야기로서, 낯도 노도 나침반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외로운 배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크로머>, 80년대 스페인이라는 배경, 카자흐스탄 고려인인 인물, 스파이, 오인된 신분 등의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소재로 ‘쇼’에 불과한 국제 정세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국가의 운명을 한 개인의 불행한 삶과 겹쳐 보여준 <코마로프> 등도 좋았다.

 

그 외, 한국 전쟁 후 폐허가 된 고향을 찾은 인물을 통해 기억의 힘을 증명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달의 골짜기>, 뉴욕을 배경으로 여행이나 모험에 불과한 이민자로서의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타인의 손을 맞잡으려는 이야기인 <보선>, 1881년 연해주 고려인 정착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서술한 작품으로, 유령보다 더 무서운 침략당한 역사를 보여주려 한 것 같은 <벌집과 꿀>, 1600년대의 일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전쟁 포로로 붙잡혀 온 조선 아이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사무라이의 이야기인 <역참에서> 등이 실려 있다.

 

시공간은 다양하지만 인물은 공통적이다. 그들의 배경과 역사, 사연과 상황은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다. ‘디아스포라 문학’란 바로 이런 것, 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외롭고 고요한 이야기 저변엔 슬픔이 흐른다. 이야기마다 아픔이, 갈팡질팡하는 정체성과 역사에 남겨진 크고작은 생채기가 스며 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아픔을 헤아려 문학으로 승화시킨 이야기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작가 ‘폴 윤’의 존재가 귀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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