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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레이디
윌라 캐더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12월
평점 :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부유한 철도업자의 부인, ‘메리언’이 남편의 사업 실패와 건강 악화와 더불어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을, 동네의 청년 ‘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메리언의 변모가 과연 타락일까. 우리로 치면 사대부 안주인이 가세가 기울자 주막을 차려 술을 팔고 돈 버는 재주는 있지만 신분이 낮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이런 모양새인데, 어렸을 때부터 메리언을 흠모했던 닐은 그런 변화를 안타까워하지만, 남편 없이 계속 살아가야 하는 메리언에겐 유일한 ‘삶의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까.
메리언의 삶에 일어난 파란과 닐의 시선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삶을 지속할 용기가 있는가. 그 과정에서 삶과 시대의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과연 사회의 가치란 불변의 것인가. 타인의 삶을 재단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짧은 분량이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마치 대하소설을 읽은 기분이 든다. 기나긴 세월을 통과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깊고 조밀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유려한 번역. 이 책을 출판한 곳이 1인출판사라는 사실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