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로베르트 제탈러 지음, 오공훈 옮김 / 그러나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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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침울한, 고독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다. 살면서 상상할 수 있는 불행(폭력, 불구의 몸, 전쟁, 가난, 자연재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골고루 겪은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무심함’, ‘초연함이다.

충분히 슬픈 이야기를 작가는 눈물을 자극하며 신파로 몰고 가지 않는다. 인물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는 작가는 그의 불행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저 서술할 뿐이다. 그런 탓에 독자도 인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연민은 느껴지지만 동정은 아니다. 에거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고 불행한 결과를 얻었을 뿐이다. 최선의 대가가 언제나 좋은 건 아니다.

 

알프스 산속을 평생 벗어나지 못한 노년의 남자, ‘에거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인물에 대해 서술하는 내용이 전부인 짧은 분량에 그의 굴곡진 인생이 꾹꾹 눌러 담겨져 있다. 한 치의 낭비도 없다. 무뚝뚝하지만 인내심 많고 가슴 속 깊이 사랑을 품은 남자의 거부할 길 없는 조용한 삶과 유흥지로 변신 중인 주변 풍광이 대조된다. 늙은 에거가 그 변화를 견딜 수 있을까. 가끔 삶이 나를 가만히 두려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뭔가 하도록 종용하고 내 자신에게 몰두하고 스스로를 재정비할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 그럴 때 우리는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순응하는 게 유일한 답이지 않을까.

 

에거의 분노가 잘 드러나지 않는 걸 무기력함과 상관 짓고 싶지는 않다. ‘포기가 아닌 유순해지기를 택한 것처럼 보인다. 일어날 일은 어떤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다. 운명론자처럼 보일지라도 그런 태도는 불행 앞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된다. 절망과 후회에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게 에거가 선택한 최선의 태도다.

 

보기 드문 오스트리아의 소설로 한강채식주의자와 함께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에 최종 리스트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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