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2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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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혁명가와 죽으러 몰려오는 새들이 병치된다. 주인공은 해변에서 구해준 여자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다고 잠깐 설레지만 망상에 불과하다. 허무한 엔딩이 마치 우리 삶에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읽힌다. 우중충하고 위태로운 몰락의 순간에 희망을 줬다가 뺐는 운명의 잔인한 속성을 보여주는 표제작은 워낙 유명하다.

 

뒤를 잇는 다른 작품들도 결이 비슷하다. 술술 잘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불편하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낙관이나 희망보다는 비관과 절망을 내세운 이야기들, 결국엔 잔혹함을 드러내거나 위선과 허영에 꺾이는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피상에 가려진 실체를 드러내 민낯을 고발하는 반전의 엔딩은 멀리 체호프모파상’, ‘모옴의 소설들을 연상시킨다. 단편소설의 백미랄까. 재미는 물론이고, 매 단편마다 나아가기를 멈추고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었다. 오랜만의 감흥이 마지막 단편을 읽은 후에도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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