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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소화도 안 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고 가끔 숨쉬기도 어렵고 기타 등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니, 의사가 말하길 독극물 중독이란다. 자신이 자연독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고 살날도 그나마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뜨악해진 ‘야코’는 아내 ‘타이나’와 자신의 부하 직원인 ‘페트리’가 백주대낮에 섹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야코는 고민한다. 자신에게 누군가 독극물을 먹이고 있다. 자신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인간은 누굴까. 바람난 아내일까. 아니면 그 상대인 불륜남일까. 아니면 라이벌 회사의 관계자들일 수도.
야코는 범인 추적에 나선다.
훌쩍 보기에 미스터리+범죄 소설처럼 보인다. 일단 범죄, 용의자, 동기와 기회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도 보이고 결말엔 의외의 범인도 나오니 미스터리의 외양은 전부 갖춘 셈이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주인공에게서는 서스펜스를 쥐어짜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별로 좋지 않다. 과연 이런 작품을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작가가 딴 생각을 하고 있거나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일 텐데, 이 작품의 경우엔 둘 다일 것 같다.
작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모양새보다는 죽음을 빌미로 한 삶의 통찰인데, 일단 그 부분에선 신선함은 부족하긴 해도 가끔 뼈를 시원하게 때리는 날카로움은 보여주고 있으니 꽤 잘 하는 편이다. 죽음의 배후를 캐고 그것을 준비하는 와중에 삶을 돌아봐야 하는 인물의 이야기에 가미된 색다른 양념(범죄와 미스터리)의 맛도 독특한 편이고.
하지만 작가는 주재료를 양념처럼 다루고 양념을 주재료로 다룬다. 작가가 의도했던 미스터리+하드보일드(Hard-boiled)로 들어가면 허점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작가는 이야기 마무리를 허둥지둥 얼렁뚱땅 해치워버리는데, 범인은 너무 의외라 어이없어서 헛웃음도 안 나오고, 주인공의 행동엔 동기도 모호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 주인공 외에 다른 인물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는, 30~40년대 유행한 남자들에 의한, 남자들을 위한 하드보일드가 생각나기도 한다.
인물에 대한 애정이나 개연성 같은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오로지 이야기의 속도감과 ‘위기에 빠진 남자’라는 주인공의 오라(aura)에 기댄 스타일만 남는다.
사족.
왜 번역 제목을 ‘저딴 식’으로 지은 걸까.
번역 제목만 보고 코믹 스릴러 장르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꽤 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