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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깨달을 뻔 - 인지심리학자가 본 에고의 진실게임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정신세계사 / 2017년 10월
평점 :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을 총괄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당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 당신 자신은 아니라는 사실.(177쪽)❞
말인 즉, 너는 네가 생각하는 너도 아니고 남들이 생각하는 너도 아니라는 것.
저자의 모든 주장은 여기서 출발한다. ‘나 자신’은 우리가 여태껏 믿어왔던 방식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다. 그건 그저 습관이나 관습에 의한, 나에 대한 생각을 나로 착각하는 것뿐이다.
스스로 믿는 자아상과 동일시할수록 사는 게 버거워질 뿐이며,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그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 그 자체(29쪽)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닌 다른 뭔가가 되기를 바라는 바로 그 순간에 분열이 시작(246쪽)되는데, 저자는 이를 ‘긴장’이라고 말한다.
“에고를 파헤치겠다는 바로 그 생각을 놓으라. 거기에는 파헤쳐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을 찾겠다든지, 나를 더욱 단련시키겠다든지, 아니면 좀 더 영적인 사람이 되겠다든지 하는 따위의 모든 여정을 포기하라(31쪽)”고 저자는 주문한다.
저자의 주장을 좇다보면, 세상은 텅 비어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니고 너도 네가 아니니 아무것도 없다. 세상을 채우고 있는 실체란 그저 뇌가 감각하는 것을 근거로 만들어진 망상이다. 뇌는 무엇을 감각하는가. 뇌가 경험하는 바는 언제나 실재는 아니다. 저자도 지적하듯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를 생각나게 한다.
이 혼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저자는 온전한 받아들임(258쪽)을 권한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껴안으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든 긍정적인 상황을 간직하고 싶어하든 간에, 에고적 생각으로서의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261쪽)”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無爲)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리 길지 않은 책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 책은 뇌 과학과 인지심리학은 물론이고 다소 종교적인 일면도 갖는데다 어떤 부분에선 굉장히 영성을 돕는 책의 특징도 지닌다. 이 책을 어떤 범주에서 소개해야 할까. 온라인 서점에선 과학도서로 분류하고 있는데, 글쎄….
난 이 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도서의 질적인 가치와 효용보다 각자의 이해도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이다. 나도 물론 마찬가지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