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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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세 명의 여성이 의기투합하여 우여곡절 끝에 동네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흥미롭고 유쾌하며 긴장감 넘친다. 쉽게 잊히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결말이 궁금해 말 그대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쾌락’으로서의 독서를 경험하는 가장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성 독자들을 타겟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의 전형이다. 범죄 자체는 끔찍하고 어둡지만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진행되는 템포도 경쾌하다.

인물들이 기가 막힌다. 70대의 대범한 할머니, ‘주디스’, 마을 목사 부인인 새침한 40대 ‘벡스’, 그리고 이웃들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정보통 ‘수지(50~60대로 추정)’.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만든 인물들답게 모두 개성들이 특출하다. 이 아마추어 탐정 트리오를 내세운 작품이 이후로 두 작품 더 나왔다고 하는데 모두 해외 평점이 좋다. 우리말로 번역이 될지 궁금한데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미스터리 소설답게 범죄 구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용의자들을 나열하거나 범인을 숨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범인이 드러나는 결말의 쾌감도 상당한데, 알고 보니 작가가 범죄+스릴러 TV 시리즈 시장에서 베테랑이다. ‘제임스 본드’ 식은 아니어도 80년대 TV 외화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액션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살인의 이해관계가 ‘동기’와 ‘기회’로 얽히고설키는 범죄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데, 차 떼고 포 때고 남는 뼈대는 재활용이다. ‘퍼트리셔 하이스미스’나 ‘프레드릭 브라운’의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어차피 이들도 최초의 작가는 아니었을 것이다(해 아래 새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작가는 그것을 살짝 한 번 더 비트는데 그게 무척 영리해 보인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나 할까.

사실 이 작품에 대해 쓸 말은 길지 않다. 미스터리 소설로서 눈에 거슬리는 게 없다는 말도 되지만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평범하다는 말도 된다. 전자는 장점이고 후자는 단점이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그만큼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묵은 것을 가져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환골탈태시켰다는 걸로 칭찬할 게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로 충분하다. 후속작들이 번역되길 애타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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