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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ㅣ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어렵게 읽은 책이다.
작가는 이탈리아의 국민 작가이고 이 소설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나는 겨우 읽었다. 재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지루했다. 내가 이 책을, 리뷰를 쓸 정도로 어지간히 이해했을까. 아는 만큼, 본 만큼 적어보자.
기본적으로는 로맨스다. 초로의 화자가 과거에 실패한 자신의 연애담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무대는 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시기의 이탈리아. 파시즘, 인종법, 반유대주의 같은 단어로 작품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설명되겠다.
엘리트(의사)였으나 지금은 블루칼라 계급이 된 유대인 가정의 아들이 유대인 귀족, 핀치콘티니 가(家)의 딸 ‘미콜’을 짝사랑한다. 화자에게는 사랑보다 귀족 가문의 대저택, 특히 아름다운 정원(≪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신비롭고 드라마틱한 장소는 아니었다)을 향한 동경이 먼저였다. 주변을 맴돌다 우연히 그 집 딸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진다.
이런 이야기뿐이라면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옆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탈리아의 문화, 회화, 역사, 정치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자국의 독자들이라면 모를까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부분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는 거다. 그냥 대화구나, 하고 넘길라 치자니, 이런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리고 인물들도 대화에 꽤 진지하게 임한다. 이 부분이 꽤 지루했고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모르는 것투성이니 자괴감마저 들었다면 너무 엄살일까.
결과적으로 남는 건(그나마 내가 즐길 수 있었던 건) 첫사랑 이야기뿐인데, 그것조차 사랑의 애절함이나 절절함, 풋풋함 같은 감정이 별로 전달이 안 됐다. 화자는 망설이고 주춤거리고 용기를 냈다가 다시 뒤로 물러서더니 결국 첫사랑을 뺏긴다(이런 고구마라니). 결국 핀치콘티니 가문의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유대인들의 결말을 맞고 주인공은 용케 생존한다.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이 작품을 ‘홀로코스트 문학’의 범주에 넣고 있는데 과연 그럴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의아스럽다. 역사적인, 대대적인 인종 학살 사건을 그저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독자들 코앞에 들이대고 있는 ‘신시아 오직’의 무자비한 단편, ≪숄≫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그저 결말에 잠깐 언급되는 정도일 뿐이다.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과 형식적으로 비슷하다. 정서적으로는 허무와 나른한 자의식 범벅인 ‘다자이 오사무’를 연상케 한다. 두 작가 모두 별다른 애정은 없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