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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평점 :
2016년은 어떤 트렌드가 우릴 사로잡을까
들어가며
변수가 참 많다. 각자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라서 그런가보다. 그러다가도 통계와 빅 데이터의 시대인데, 분석과 진단은 그렇게 정확해지면서 예측은 힘든 것일까 의문이 든다. ‘반항심’이라고 해도 좋다. ‘아프니까’ 시리즈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도 2016년을 바라보며 책을 발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다수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어떤 이는 트렌드를 조사하라니까 여기서 나온 개념을 전부 차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성 있는 컨텐츠기 때문이리라.
허니버터의 인기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2015년의 단맛 열풍은 우선 지금의 경제상황과 연결시켜 해석할 수 있다. 일시적 불황에는 매운맛을 선호하지만, 장기 불황처럼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오히려 단맛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케빈 라우게로 박사는 설탕이 첨가된 음료가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를 발표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는 단맛이 나는 일종의 ‘위안음식(Comfort Food)‘에 끌린다고 한다. (p. 29)
경제학적으로 보면, 장기 불황을 맞고 있는 시기다. ‘허니’ 시리즈의 인기도 이 때문이었을까. 일종에 그런 효과도 있겠다. 불황에 따른 위안음식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식품의 관점에서 볼까. 기존의 감자튀김 스낵은 짠 맛이 강했다. 거기에 칠리, 치즈 등 각종 양념이 인기 있을 때마다 다른 맛으로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제 그 트렌드가 짠 맛이란 기존 개념을 넘어 ‘단 맛’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아닐까. 거기에 위안음식을 찾던 소비자들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형태로 이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 지향적 제품과 이브올루션(Eveolution)
소비자 지향성에 기본을 둔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필수. 한식은 한국인에게 너무 당연한 식단이었기에 그 우수성에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이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좀 더 자연적이며, 일상적인 건강에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p. 57)
여자친구가 말했다. 소형 SUV 차량이 갖고 싶다고. 그녀는 티볼리, QM3 등의 모델을 직접 언급했다. 차량에 대해 ‘잘알못’(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던 그녀가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는 ‘이브올루션’의 하나다. 여성이 주된 구매층이 되고 있단 방증인 것이다. 하지만 타겟을 제대로 노린 마케팅 방법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자동차 산업뿐만의 일은 아니다. ‘소비자의 세밀한 욕망을 끝까지 반영하라’는 특명 하에 싱글 소비자를 겨냥한 편의점 도시락 도 활발히 업계를 흔들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고객 지향적 제품 출시는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한식 뷔페가 그렇다.
선택장애의 시대, 큐레이팅이 답이다.
꼬리 전략을 시행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관찰임을 기억해야 한다. (p. 125)
선택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공무원 시험을 볼지 말지를 수도 없이 고민하곤 한다. 자 그럼, 현대인들이 잘못된 걸까. 이것은 과연 우리 모두가 스마트 폰의 노예가 돼서 벌어진 촌극인 걸까. 편리가 불러온 부작용으로 모두 치부해버릴 수 있냐는 거다. 답은 ‘Nope'. 햄릿 증후군을 앓고 있는(죽느냐 사느냐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던 햄릿처럼, 선택장애를 칭함)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그렇다. 콘텐츠의 양과 종류가 이전에 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아진 이 때, 선택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아마, 소크라테스가 살아 돌아와도 복잡한 현대사회 속 선택장애를 겪어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큐레이팅‘이 그 역할을 해내면 된다. 각자가 원하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게 큐레이팅의 역할인데, 큐레이션이란 일정 기준(예를 들면, 개인의 취향 등)에 따라 정보를 차곡차곡 진열해놓은 것을 말한다. 미술 전시회처럼, 꼭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시기에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인 셈이다.
집구석의 재발견
공들여 가꾼 집 안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낼까? 혼자서 논다. 집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만족감을 느끼던 이들이 이제 집 안에서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카페에 가는 것보다 카페처럼 꾸민 집에서 손수 모카 포트에 끓인 커피를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누추했던 ‘집구석’이 소박하지만 우아한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나만의 취미활동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p. 218)
40살 안에 내 집을 건축하기. 내 소박한 꿈이다. 소박하지 않은가. 몇 평이 되었든 집을 세우는 일이니까 쉬워 보인다면 쉬워 보인다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선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 ‘나의’라는 의미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나만의’ 무언가를 가지고자 한다. 이 욕구가 가장 큰 때가 바로 지금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대한민국은 ‘My Style’을 추구하고 있다. ‘혼자’서. 그들은 취향에 따라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줄 안다. M사에서 햄버거를 구매하면 주는 장난감의 구매빈도를 조사해보니, 이른바 ‘키덜트’의 구매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지 않던가. 집구석은 더 이상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사용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지친 마음과 몸을 녹일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위험, 진짜 위험한 것일까
위험 인지학에서는 일반인들의 경우 갑작스럽고 불가항력적인 미지의 재난일수록 통상적인 사건의 1,000배까지 위험을 극대화해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2015년 메르스로 인해 36명의 사망자, 186명의 환자, 1만 7,000여 명의 격리자가 발생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메르스의 위험을 3만 6,000여 명의 사망자, 18만 6,000명의 환자, 1,7000만 명의 격리자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다.(p. 234)
불안감은 인간을 더욱 성실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불안감이 성실성, 도덕성과 비례한다는 주장도 있다. 적당한 불안감이 사람을 보다 성실하고 윤리적인 성격으로 만들어주는 건강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p. 241)
광우병 논란, 메르스 사태 등을 계속 지켜본 결과, 필요 이상으로 위험에 취약한 대중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험에 대해 필요 이상의 염려를 한 나였다. 인간이기 때문인가. 이렇게 정당화하고 넘어가기엔 다소 아쉽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가 약속하는 성능의 환상을 믿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에게 그 제품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의 절대가치를 계산한다. 적정수준 이상의 품질이 보장된다면 감정적이고 상대적인 과시의 만족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즉, 품질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가격 경쟁력만이 이성적인 소비자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다.(p. 279)
꿀팁은 과정이 생략된 결과주의적, 결과지향적 성향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해주는 꿀팁에만 의존하다보면 진지하게 고민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p. 371)
양면이다. 현명한 소비자지만, 그들은 그 현명함에 빠진 나머지 ‘더 중요한 것’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속도 지상주의, 결과 만능주의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말하면 정확할까. 환상이다. 꿀팁은 우리의 환상 속에 있다. 현실에서의 꿀팁은 그저 ‘겉치레’일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