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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내가 태어난 날, 작은 엄마는 바로 나의 사주를 점쳤다. 할머니는 철학관으로 달려가 비싼 돈을 주고 좋다는 이름을 받아왔다. 태어나면서부터 미신의 삶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학창시절에도 내 주변은 미신으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마다 친구들끼리 별자리 운세를 보았고,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숫자와 색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했다. 가끔은 정 안되면 양말 색깔이라도 행운의 색과 맞추려고 노력했다. 언제인지 기억은 정확히 안 나는데 인터넷으로 가볍게 봤던 운세에서 나의 행운의 숫자는 ‘2’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 그 2라는 숫자가 뇌리에 깊게도 박혀서 나는 아직까지도 로또를 살 때, 수동번호를 찍을 때면 언제나 숫자 2를 끼워 넣는다.
나는 혈액형이 AB형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특이하다’라는 말을 남들보다 더 많이 들었다. 혈액형 성격설이 유행일 때는 내게 ‘특이하다’라고 하던 친구들이 MBTI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INFJ인 내게 ‘섬세하다’, ‘다정하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무엇이 나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바꾸어 놓은 것인가.
그래도 신 하나 믿지 않은 채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써 나는 미신 따위를 믿지 않으려 했다.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주를 보고, 돈 몇 천을 들여가며 굿을 하는 사람들은 참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사실도 아닌 것에 헛된 노력을 쏟아부으니 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잠시 인생의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그 멍청하고 딱한 사람이 내가 되었다.
작년 말, 나는 아주 힘들고 우울한, 말 그대로 내 인생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참 힘들었던 이유는 어두운 터널을 걷는 이 시간이 영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끝이 없는 암흑이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나는 친구 손에 이끌려 사주를 보러 갔다. 에이, 나는 그런 거 안 믿어라며 난색을 표하며 사주를 보러 들어갔던 나는, 그 곳에서 나의 희망찬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듣고 믿습니다! 믿습니다! 신도가 되서 나왔다. 그리고 그 때서야 깨달았다. 왜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것인지. 간단하다. 믿고 싶으니까. 믿고 싶은 말만 해주니까. 별자리던, 종교던, 미신이던, 그게 스파게티가 됐건 중요한 건 믿어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