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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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요즘 한국 문학, 특히 SF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16가지로 인간군상을 나누는 MBTI검사에서 나는 항상 생각과 상상을 멈추지 않는 iNtuition으로 나온다. 나는 정말로 한시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가끔은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머릿 속 세계의 크기를 따지자면 누구에게도지지 않는다 생각하는 나지만, SF한국문학을 읽을 때면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하며 나의 세계가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긴 예지는 그야말로 한계없는 상상력의 정수를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예지'라는 초능력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래를 보고 더 나은 길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단순한 미래를 보는 눈이라는 초능력은 전세계를 구하는 히어로 능력이 된다. 세계인들은 두 파벌로 나누어져 갈등을 빚게 되고 그 갈등에 예지자들도 휘말리게 된다. 넓은 세계의 초월적이고 광활한 이야기는 다시 개개인의 작고 소소한 이야기로 축소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시간대와 우주와도 같은 블랙홀 속으로 빠져든다. 세계를 읽고자, 미래를 읽고자 무수한 사람의 삶을 반복하고 그 속에서 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옆집에서 언제나 벌어질 법한 사소한 일은 그야말로 길이를 잴 수 없는 넓은 이야기로, 그리고 또 다시 개인의 갈등으로, 이번에는 삶의 진리. 이야기의 주제는 변화무쌍하게 바뀌어가며 독자를 현혹시키고 다양한 세계로 초대한다. 이야기를 지구또는 현재로 한정 짓지 않고 무한한 상상력을 전하는 이 책에서 긴 예지야 말로 가장 한국적인 SF가 아닐까 싶다.

 그런가 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서 흥미로운 단편이었다.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생겨난 변이체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민간인을 위해 위험한 일을 감수하지만 그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핍박의 시선을 받는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 그 사람을 너희들을 위한거야라는 달콤한 말로 속이며 구속하는 정부,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 받으면서도 혐오하는 일반 사람들. 확인되지 않은 채 인터넷 상에 떠도는 가짜뉴스하며, 자신의 삶만이 가장 고되고 힘든 줄 아는 가장의 답답한 소통능력까지. 이 얼마나 한국적인가. 특수한 능력을 가진, 마치 외계인 혹은 히어로와도 같은 인간이라는 신기한 소재이지만 어쩐지 익숙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마치 좀비세상이 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출근을 하겠지라며 농담을 하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SF소설을, 그것도 한국SF소설을 좋아하며 찾아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따뜻한 상상력이 좋아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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