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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존 어네스트 스타인벡 지음, 안의정 옮김 / 맑은소리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를 다소 지루하게 읽은 탓에 다른 작품들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은 분량도 적당하고 중간중간에 그림도 섞여 있어서 발견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한번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명작이라고 써 놓은 뉴욕 타임즈의 평을 보았는데 정말 그러했다.
사건 보다는 레니와 조지라는 두 인물에 관심이 모아지게 된다. 레니는 덩치가 크고 힘은 무척 세지만 토끼와 강아지와 생쥐를 좋아하는 여린 마음을 갖고 있는, 지능이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에 조지는 감성은 없지만 사리에 밝은 인물로 아둔한 레니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 개인의 소유지를 갖게 될 소망을 품고 열심히 일하지만, 레니의 본의아닌 실수로 비극적인 결말로 작품은 끝난다. 노동자들의 힘겨운 인생에 동정을 갖게 되지만, 그보다는 착한 성품을 지닌 레니가 타인과 어울릴 수 없는 현실과 자신의 손으로 친구를 죽여야 했던 조지의 처지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생쥐를 호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레니의 모습은 그의 죽음을 더욱 슬프게 하는 요소이다. 결국 그런 습관으로 여자를 붙잡다가 자기도 모르게 목을 조르는 장면은 본질적인 인생의 비극이 필연적으로 죄악된 행동에 의해서만은 아닌 것임을 보여준다. 존재 자체의 불완전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의지를 들여도 인간은 선한 행실만을 할 수 없고,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도 죄를 짓게 된다. 그 죄의 한 터럭도 희게 할 수 없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용서해주는 권세도 인간에게는 주어져있지 않다. 자신의 친구를 위해서 총을 겨누어야하는 것도 세상이 만들어 놓은 인간의 연약함이며, 이들에게 무자비했던 지배인의 모습도 인간의 추하고도 이기적인 본성을 보여준다.
조그만 땅을 사고 토끼를 기를 것을 기대하며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는 레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그를 품을 수 있는 사회와 타락한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져본다.
원제는 <생쥐와 인간>인데 <두친구>로 표현한 것은 레니와 조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 같다. 역사속에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 진실한 감동을 전해주고, 문학속에는 허클베리핀과 톰소여의 익살스런 우정이 동심의 세계로 초청한다. 여기에 레니와 조지의 또 다른 우정이 있으니, 외면적으로 결코 사랑스럽다 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희생이 동반된 것이기에 진정 가치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작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