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은 서사시적 작품이란 말을 실감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구성이 복잡하여 읽는데는 여간 수고롭지 않은 대작이다. 줄거리만을 뽑아내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수시로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며 종교에 대해서, 사회와 역사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어서 인생의 단면에 관한 입체적인 조명을 해 주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방대한 분량은 장발장의 인생 스토리에서 얻어지는 감동을 반감시키는 역할도 하는듯 하여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장편이 끝나고 나서 전달되는 강력한 여운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 정신에 대한 감동이자 고매한 인격에 대한 예찬이었다. 장발장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그처럼 변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다. 작가는 휴머니즘을 신뢰하여 인간성의 회복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신적인 정념을 받은 사람의 아가페적인 사랑의 힘이라 할 수 있다.제1부에서 등장하는 신부의 모습은 그 사랑의 힘에 대한 훌륭한 묘사이다. 은촛대를 건네주며 정직한 삶에 대한 약속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영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장면은 가장 감동적인 문학의 페이지로 기억될 것이다. 이 작품의 전체를 진동시키는 힘이 여기서부터 잉태된다.<아아, 불쌍하여라> 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가장 고결한 인격에 대한 경탄의 언어가 떠오른다. 장발장의 감동적인 삶은 그 인격이 빚어낸 감격과 승리의 드라마인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과 가르침도 인격이라는 그릇을 통해 전달될때만이 진정한 힘이 있다. 그 능력을 받은 장발장이었기에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치유할 수 있었다.비참한 운명속에서 건축한 인간의 위대한 업적이기에 결코 불쌍하지 않은 가장 아름답고 값진 인생으로 인정받을 것이다.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 '인간 정신'이라는 사실은 물질주의로 휩싸인 현실적인 세상에서의 한줄기 소망이다.고통받는 우리 인생을 구원할 위대한 인간 정신이여.그것이 살아있는 한 승리의 드라마는 계속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