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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필드의 목사 ㅣ 세계기독교고전 22
올리버 골드스미스 지음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기독교 문학의 고전을 살펴보면 천로역정, 쿼바디스와 같은 전형적인 신앙 소설과 신곡, 실낙원 같은 대서사시와 순수한 문학 형식을 갖춘 천국의 열쇠, 빙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웨이크필드의 목사>라는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소설이 있는데, 인물의 내면 심리와 대화 속에서 잔잔하게 기독교 사상을 드러내가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생각되며, 18세기 이래로 영미대륙은 물론 유럽에서도 훌륭한 기독교의 고전 문학으로 인정 받아온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첫페이지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주인공 프림로즈 목사가 1인칭 시점으로 써 내려가는 필치에서 매우 고급스런 해학과 위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루한 책이여도 멋진 문구하나, 좋은 문장 하나 발견하면 책 읽는 보람을 느끼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마음을 휘어잡는 황홀한 문구가 수없이 나와서 책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이러한 문체가 이 소설을 위대한 고전의 위치로 끌어올린 절대적인 요인이다.
이 소설은 후반부에 여러 변화와 반전을 거듭하지만 그런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 묘사, 대화 속에 드러나는 화자의 신앙관, 삶의 철학, 흔들리지 않는 지조와 신념 등에서 소설의 묘미를 찾아야 한다. 소설의 내용 전개는 욥기의 구조를 따르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지적 같이 구성상의 결함은 눈에 많이 띄지만 1인칭 화자에게 끌리는 매력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소박한 농촌 생활과 단란한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난과 역경의 드라마,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고집스런 정신과 굽히지 않는 삶에 대한 의지, 타인들에 대한 관대함과 용서의 마음을 지닌 주인공은 가장 사랑스러운 문학 속의 인물로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곳곳에 등장하는 신앙적인 교훈은 밑바닥까지 내려간 인생의 한복판에서 들려지는 것이기에 감동이 있고, 정신적인 기쁨과 도전이 있다. 또한 어려울 때보다 편안하고 형통할 때가 신앙적으로 더 주의해야 된다는 말을 생각한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대사가 얼마나 가치있게 들리는지 모른다. '이제 남아 있는 소망이라면 행운에 대한 나의 감사의 마음이,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내가 보였던 순종의 마음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지대한 정신적 유산과 감정의 순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 책을 통해 삶이 바뀌였던 사람들 중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표현을 인용하며 이 책<웨이크필드의 목사>의 진정한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다.
'이 작품이 정신발전의 위기에 처한 나에게 끼친 영향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저 고상하고 자비심 깊은 풍자, 모든 약점과 실수에 대한 공평하고도 관대한 태도, 온갖 곤경을 겪으면서도 잃지 않았던 저 마음의 평정, 기타 무슨 명목으로 부르든지 이와 유사한 많은 미덕은 나에게 비할 수 없는 교육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것들은 인생의 모든 과오로부터 나를 구출해 주었던 사상이며 감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