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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샤의 일기
토마스 하디 지음, 임경아 옮김 / 일송미디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토마스 하디의 단편 다섯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여인들의 숙명적인 인생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해피엔딩은 없다. 하디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와 비극적인 인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읽고 나서의 느낌이 비관적이지 않는 것은 인생을 진지하게 관조하는 자세와 가련한 여인들에 대한 사랑어린 동정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디가 연출하는 인생은 필연적으로 비극이라는 굴레로 덮여 있는 듯 하다. 상처입은 테스가 그러했고, 여기 단편중에 나오는 대개의 여인들의 삶 역시 그 출발부터 비극적 결말을 암시해 주고, 줄곧 마음의 고통과 갈등속에 인내해야 하는 쓸쓸한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야 한다. 바다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편지에 써놓은 '어머니 안녕'이라는 짧은 음성을 비수처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고독한 여인, 고독한 어머니의 모습은 현실속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부적인 심리묘사 없이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으면서도, 힘겨운 인생 앞에 저항할 힘 없는 연약한 인간들의 모습이 현실감있게 잘 전달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났을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보지 못한 길'이 생각났다. 다섯 편의 작품에서 한결같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여인들이 등장한다. 한 쪽의 길을 선택했을 때 전혀 달라지는 인생일진대, 비극의 정점에 서 있을때나, 오랜 세월이 흘러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볼때의 회한의 마음 -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향수는 어떠할까!..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을 알지 못한채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운명에 의한 삶의 속박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에게 인생을 허락하신 분을 향한 인간의 책임일 것이다. 하디의 인생 비극에 대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비극을 보면 인생을 따뜻하게 품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사랑 앞에서, 인생 전체 앞에서 갈림길에 선 인간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아파하며 살아가는 인간들, 그들의 삶을 앗아간 이기적인 인간들. 이 모두에 대해 애정을 갖고 애통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고통스런 인내와 자기 희생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값진 인생의 사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