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7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범우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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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0페이지에 달하는 부담스런 4권의 책을 선뜻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것은 톨스토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함이요, 불후의 명작이라는 찬사에 대한 당연한 관심 때문이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면, 이같은 장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전쟁에 대해서 가슴속 깊이 어필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렇지만 힘들여서 다 읽고 났을때, 그와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작품해설과 전문가의 비평을 보면서, 나의 읽기법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줄거리로 읽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 핵심 인물들이 아닌 경우에는 대강 넘어갔다. 그리고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들도 이름이 혼동되서 노트에다 적어 놓으면서 읽었다. 이렇게 공들여 읽어야 하는 것이 대작을 읽는 고충인가 보다.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과, 작품의 이면을 살피며 행간의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 것 사이의 격조높은 수준 차이를 실감한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을 가리켜 읽혀지지 않은 채로 영원히 고전으로 추앙받는 작품이라고 평한 괴퇴의 말같이, 고전이란 그 찬란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읽기에는 힘든 책임이 사실인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이유가 있기에 세계의 명작으로 자리잡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평생의 각고끝에 집필한 것처럼 읽는자도 정성을 다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맛보기에 실패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몇가지 얻을 수 있었던 교훈으로 위안을 삼으며, 후일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를 살펴볼 기회가 있을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나의 형편없는 문학적 수준에 상관없이 톨스토의 작품을 위대한 고전으로, 가치있는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한다. 상업성 위주로 쉽게 씌여진 책들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작가의 탁월한 사상과 시대 정신이 스며있는 고전의 깊은 맛을 느껴보기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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