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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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의 문장이라는 책이 나왔던 게 올해 6월이다.

그러고 나서 3개월만에 2권이 나왔다.

형식은 같다. 10여 년 전에 저자 자신이 썼던 글을 붙잡고 -험하게 말하자면 까면서- 글을 다듬고 글 내용을 더 깊이 설명한 강의를 책으로 만들었다. 글쓰기 자체에 관한 얘기뿐 아니라 언어학에 대한 첨 듣는 얘기들, 글의 행간에 숨은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다. 두꺼운 책이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어간다. 수강생들도 매 강의마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 하고 놀라지 않았을까? (페이지는 좀 부풀려진 느낌이 있긴 하다. 1권 읽을 때는 빈 페이지와 공란이 하도 많아서 이책 혹시 파본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더랬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신의 글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 쓴 글이다보니 글쓰기에 관한 지적사항은 1권에서나 2권에서나 비슷비슷하다.  ​1, 2권 통틀어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의'와 '~적인' 빼기.

은유와 환유 설명도 1권에서 한 번 했는데 2권에서 또 해주시고....

1권에서는 '~한 이유는 ~때문이다'가 비문이라는 얘기에 아차 싶었고 

여기에, 저기에, 올해에... 이런 말들은 부사적으로 쓰였다고 보고 '에'를 빼도 괜찮다는 설명이 반가웠다. 반드시 '에'를 붙이다 보면 신경증 환자 느낌이 난다고까지. 내가 '책상 아래 있어.' 이런 식으로 쓰면 꼭 '아래에'로 교정해주는 지인이 있다. 지적 받으면 아, 내가 또 그냥 내 입말 습관대로 썼구나, 하고 고쳤었는데 이젠 오히려 신경증적으로 보인대, 라고 대꾸하면 끝! ㅎ

2권에서 반가웠던 부분은 한국어의 재귀 표현에 대한 설명이다. 

이수열이나 남영신 같은 분들의 책을 보면 '스스로'는 부사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스스로를이라고 쓰는 건 틀렸다고 하는데 이걸 재귀대명사로 보면 그런 제약이 사라진다. '서로'도 마찬가지. 서로를, 서로가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틀렸다는 설명에 좀 사용이 꺼려졌었는데 이젠 부담없이 쓸 수 있겠다.

외래어 표기,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깊었다.

원음주의 원칙으로 일부 출판사에서는 파리가 아닌 빠리로, 프루스트는 쁘루스트로 쓴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인들에게는 빠리의 P나 프루스트의 P를 다르게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글자를 로자마로 표기하는 방법 중에선 매큔-라이샤워식 표기법이 원음주의이다. 영어권 사람들의 귀에 들리는 대로 쓰는 것이다. ​'가게'를 이 방법으로 쓰면 'kage'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같은 음소임에도 다르게 표기된다는 점에서 빠리- 프루스트 표기의 유사한 예(반대 되는 예일까?)인 셈이다. 또한 이 표기는 영어 표기를 다시 원어인 우리말로 올바로 되돌릴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예일대학 방식 표기법이 가장 과학적이라지만 아무튼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하는 방식을 따라주기로~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비결을 짚고 넘어가자면, 1권에서 저자는 다른 글 잘쓰는 이를 예로 들면서 그 사람 엄청 읽더라, 근데 난 그렇게 책 읽는 데 강박증은 없다, 라고 한다. 그런데 2권에서 보니 기사를 잘 쓰기 위해 20~30대에 좋은 문장에 줄 쳐가며 끊임없이 읽었다고  고백한다. 읽기에 강박증 없다는 건 단지 지금 그렇단 얘기인가보다.

역시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밑줄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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