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댄 쾨펠 지음, 김세진 옮김 / 이마고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1870년 항해를 마치고 돌아가던 한 선박이 자메이카에서 바나나 160 다발을 사들여 미국으로 돌아가 판매한다. 그 후 서구사회에서 바나나를 일상적으로 먹게되기까지의 이야기, 주변을 위기에 빠뜨리고, 스스로 위기를 겪는 바나나의 이야기다.  

 

바나나 판매를 시작하면서, 수확한 지 일주일이면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는 바나나를 빠르고 싸게 공급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어진다. 그 노력은 냉장시설 발달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대규모 농장 개발, 가혹한 노동, 사라진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는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과도한 농약 살포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철도였다.  

사실 처음에는 코스타리카에 철도부설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손실이 커지니 이익을 얻기 위해 주변에 바나나 농장을 개발한 거였지만 그 후 바나나 기업들은 남아메리카 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빠른 운송을 위해 철도 공사를 한다.

과테말라도 바나나와 함께 기반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바나나 기업 UFC는 콰테말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초빙으로 전국적으로 기반시설(전화, 철도, 항구)를 건설하고 바나나 농장을 경영한다.
과테말라 경제는 어느새 바나나에 의존하게 되었다. 사실, 의존해봐도 바나나기업들만 점점 커갔지 국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바나나 기업과 함께 에스트라대통령과 우비코 대통령이 차례로 국가 경제와 정치를 더 힘들게만 만들 뿐..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국민의 기대를 짊어지고 선출된 아레발로 대통령은 외세에서 벗어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친다. 후임 아르벤스 대통령은 아레발로의 의지를 실현하려 한다.

아르벤스 대통령이 가장 괴로워한 사실은 바나나기업이 과테말라 경작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이 아니라 그 땅의 3/4을 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토지 재분배를 하기로 하고 사용하지 않는 땅을 몰수하겠다는 법령을 선포한다.

그런데 UFC에게는 사실 그 놀리고 있는 땅이 절실히 필요했다.

대규모 농장에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따라다니는
전염병이 계속되고 있으니, 한 지역의 농장이 감염되면 그곳을 폐쇄하고 다른 곳에 농장을 만들어야만한단 말이다. 게다가 언.젠.가. 전염병이 극복되면 그 땅을 몽땅 이용해서 바나나를 더 많이 생산해야지! 그게 지금 놀고 있는 땅 같아도 얼마나 중요한데!! 게다가 보상금을 콩알만큼 주다니. 우리가 비록 세금은 말도 안되게 낮은 금액으로 신고하고 좁쌀만큼 냈지만 그 신고액대로 산정해서 보상하다니 말이 돼? 우린 못 참아! - 뭐 이런 게 UFC의 입장이었다.
이 시점에 'PR의 아버지'라는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등장한다. 프로이트의 조카라는데 심리연구는 이 사람 쪽이 탁월한 듯! 여론조작의 대가라 할 만하다. 그들은 아르벤스를 소련과 거래하는 '빨갱이'로 몰고가기로 한다. 결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르벤스 축출을 지시한다. 갖은 언론조작 끝에 아르벤스는 비참하게 국외로 추방 당했고, 결국 절망에 빠진 채 쿠바에서 살해된 후에야 과테말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축출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바나나,라고만 보면 바나나도 억울하다. 부제가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이지않은가. 걔네도 요즘 -백여년 전부터지만 바나나의  긴 역사로 보면 요즘이라 해도 되겠지! - 전염병의 위험으로 오늘내일 하는 중이다. 나라고 이렇게 원산지를 떠나 세계로 퍼지면서 남들을 아프게 하고 자기도 아프고 싶진 않았다고 항변할 것만 같다. 

현재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바나나종은 '캐번디시'이다. 그렇지만 몇십년 전에는 그로 미셸' 만이 바나나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파나마 병에 진 그로 미셸은 캐번디시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한 저항력을 무기로 등장한 캐번시디도 지금 위기에 놓여있다. 싱카토병도 있고 파나마병도 여전하고... 저자가 내 놓는 대안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대규모 농장과 먼 지역의 바나나를 수입해 먹는 것을 포기하기. 그러면 미국인들은 아마 해외를 여행할 때나 작은 농장에서 가꾸는 그 지역 바나나를 별미로 맛보게 될 지도... 

두번째는 유전자조작에 기대를 걸기. 저자는 두번째 안을 강추하고 있지만 유전자조작을 해서 당장 병에 강한 바나나를 개발해도 그 녀석이 언제까지나 무적일 수 있을까?

캐번디시도 처음에는 절대 병에 걸리지 않을 줄로만 알지 않았던가...

바나나의 앞날도 받아주는 곳 없이 떠돌던 아르벤스만큼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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