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딜레마 - 의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학자의 사투
조너던 와이너 지음, 박미경 옮김 / 이끌리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잘 나가는 과학전문 작가입니다. 자신이 과학자는 아니고 과학의 현장을 방문하고 글을 써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해주는 사람이죠.

이 책에서는 ALS에 걸린 환자가 있는 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유전공학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실화죠... 와이너 씨는 픽션 작가가 아니에요.

 

헤이우드 집안에는 건장한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맏형은 엔지니어이고 둘째는 목수, 세째는 대학생...(이던가?)

모두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고 특히 육체노동을 하는 둘째 스티븐이 제일 체력과 체격이 뛰어났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스티븐의 엄지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열쇠를 돌리지 못하게 되더니, 이게 영 좋아지질 않더라는 거죠. 

고개를 갸우뚱하며 병원에 가보고, 정밀검사를 받아보고.... 결국 ALS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아, ALS가 뭐냐면요, 흔히 말하는 루게릭병이에요.  김명민씨가 살을 쪽 빼 가며 열연한.

이제부터 뇌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체 부위가 점점 많아질테고 결국은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호흡기도 기능을 못하게 되면 며칠이나 몇 주동안 헐떡거리다가 죽게 된답니다.

맏형 제임스는 동생이 ALS 진단을 받자마자 초인적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유전자 치료에 관한  각종 연구 논문을 섭렵하고, 그 분야 최첨단 과학자들과 손을 잡고 유전자 치료 재단을 설립하고  치료술 개발에 매진합니다.  동생의 신체 기능이 조금이라도 덜 훼손됐을 때 시술하려는 생각에 제임스의 맘은 무척 바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두 가지 관점에서 마음 속이 시끄러워지더군요.

첫번째는 인간의 DNA 조작을 어떻게 볼 것이냐.

원래 의도했던 DNA 치료는 법적 제약으로 시도하지 못하였고, 차선책으로 줄기세포 주입을 한 차례 했지만 이건 아무 작용도 (효과도 부작용도) 하지 못했습니다. DNA에 치료에 제동이 걸린 건 다른 팀의 임상 실험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측은 자기네와 방식이 다른데...라며 억울해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라는 관점, 아직 미숙한 기술로 까딱하면 더 해를 입힐 수도 있다, 프랑케슈타인을 만들어낼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에 찬성하는 측에서도 천천히~~를 주장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됐을때는?

사실 저도 DNA 치료는 천천히 부작용을 살피면서 진행해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늦춰야한다'파인데,

환자가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보겠다는데 절차와 법이 가로막고 있어서 애타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니 헷갈리더라구요.   

 

두번째 고민은 기대와 현실 수용에 관해서.

스포일러가 되겠습니다만.... 사실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찾았다는 뉴스가 없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예측가능하므로 스포일러랄 수도 없겠죠?

마지막 장에서 비쩍 마른 스티븐은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하고 자판을 이용해 모니터로 대화를 하는 상태가 됩니다. 스티븐은 사실 처음부터 제임스의 노력에 그리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형이 하고 싶어하니까 협조하는 정도였달까요?

스티븐은 몸은 점점 나빠지지만 한 아이의 아빠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스티븐과 그 아내는 남은 시간을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할까요...  

반면, 제임스가 ALS 치료법 연구소에만 몰두하는 동안 그의 가정은 그야말로 파탄이 났습니다.  또 치료법 개발에 대해서도 제임스는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지만 법적 문제, 기술적 문제 모두 쉽지 않아 보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 보면 이번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이런 희망을 가지던 사람들이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너무나 낙심해서, 기대를 하지 않던 사람들보다 더 빨리 삶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던데요...  제임스의 아내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 삶을 포기한 건 아니고 가정을 포기했습니다. ) 제임스는 아직도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 모습이 좀 불안하게 느껴지더군요.

 

제임스란 인물이 활달하면서 좀 과시적이기도 하고 매사 자신만만한 인물이라고 느꼈는데...과연 앞으론 어떤 행보를 걸을까요?. 책은 끝났지만 그는 아직 ing이므로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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