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은 도시란 무엇인가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러질 않아서 할 수 없이 혼자서 궁리해본다. 언젠가 '도시란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곳, 시골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곳' 그런 정의도 들어본 것 같지만, 이 시점에 들이대기엔 어색한 것 같고...  

순전히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곳이라고 정의하면 이상할까.

물론 논밭이나 목장 등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그 모습을 만드는 데는 사람의 의지나 계획 이상으로 자연의 힘이 많이 작용하니까...

바로 그 '사람의 의지'에 따라 도시가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형성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 쿠리티바와 두바이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쿠리티바와 두바이를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 하에 상반된 도시로 묶여 비교하고 있다. 

갑자기 세계의 이목을 끄는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화려하게 변신한 사막의 도시 두바이. 세계 자본과 세계 부자를 겨냥한 전략으로 성공을 꿈꾸는 곳이다. '환상의 도시, 최고의 창조력, 최고의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도시지만 저자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야자수를 키우기 위해 거미줄 같은 수도관을 설치해 끊임없이 물을 공급하는 장면을 단적인 예로 들면서 이 도시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지, 유령도시가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한다.

'보통 땅은 자칫 사막화해 버리지만 사막은 절대 보통 땅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두바이는 막대한 관리 비용을 계혹 투입하지 않는 한 유지될 수 없는 구조적 특성을 안고 있는 도시인 것이다.'

반면 쿠리티바는 가난 탈피, 경제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수립에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수립 할 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서민들을 중시한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교통계획을 수립하고 주택을 짓고 환경정책을 편다. 홍수 방지를 위해서는 토목사업을 피하고 자연습지에 가까운 호수와 도랑을 조성한다. (서울의 교통정책을 쿠리티바에서 따왔으니 4대강 정비사업도 부디 이쪽을 모방해주길...)

두 도시의 차이는 지속 가능성을 꿈꾸는가, 대박을 꿈꾸는가이다.

도시와 사회를 운영하려면 어느 쪽 모델을 따라야 할까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위에서 처럼 이 책은 한 가지 주제 하에 비슷한 도시, 혹은 상반되는 도시들을 묶어 비교하며 설명한다. 

파리와 런던의 구조를 질서라는 측면에서 비교하고, 중화권 도시의 모델로서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를 비교한다. 도시 전체를 파악해보자는 내용으로, 중심의 도외지에서부터 나이테처럼 커간  비엔나와 중심부에 녹지를 유지하고 주변부에 고르게 발달한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들을 비교한다.

한 순간의 재해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와 짝 지워진 도시는 어디였을까? 근년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였다. 

전자가 여기서 당부하는 내용은 

'부디 개인, 가족, 기업, 단체, 도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가상 위기'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위험에 대한 상상, 재난에 대한 상상, 재앙에 대한 상상은 우리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얼마전 읽은 단편집 (길이 상 콩뜨라고 해야하는 건가... 스와보미르 므로제크라는 첨 보는 작가의 '초보자의 삶')에 어떤유적이 발굴되는 장면이 나왔다. <캠코더를 들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존된 사람이 발견되고, 더 파보니 소니 카베라를 든 일본인이 발견되고, 더 발굴하니 커다란 카메라를 든 미국인이 발굴되고.... 발굴팀장이 이 사람들은 고대 유적지를 관광하다가 다시 화산에 파묻혔고 그 관광객 미라를 구경하던 이들이 또 파뭍혀 새로운 층을 형성한 거라고 설명하는 순간 조용하던 화산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킨다.> 는 내용. 그땐 풋 웃고 넘긴 이야기였는데 폼페이와 뉴올리언스를 비교한 챕터를 읽고 나니 진지하게 와 닿는다.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물이 얼마나 멋있나, 거리가 어떻게 배열되었나가 아니고 인간의 의지와 사고방식이다. 사람에 의해 계획되고 사람에 의해 유지되고 사람들이 살며 운영하고 있는 곳이 도시이다. 자연의 경고를 얼마나 잘 듣는가, 위기에 어떤 식으로 사람들이 준비하는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가에 따라 살만한지, 지속될 수 있는지 결정되는 곳이 도시이다. 

이 한권의 도시 이야기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던 것은 그 안의 건물이나 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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