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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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한다는 제목은 사기 속에서 다룬 위대한 인물들이 난세에 답을 제시하고 타개해 나간 사람이란 의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지금을 빗댄 것이라는 의미로 더 와닿는다.

그런데 지금이 난세라면....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대체 왜 영웅이 안 나타나는거야!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사기를 읽으라. 사기의 분량이 부담스러우면 일단 이 책을 읽든지... ^^ 

 

사기는 독특한 구성 - 당시의 비판대로라면 난잡한 구성으로- 되어있어서 한 인물에 대한 언급이 이곳저곳에 등장하곤 한다. 일례로 항우에 관해서 처음에 서술할 때는 긍정적인 면만 보여주나, 뒷쪽에서 다른 사건을 언급하면서 부정적면, 다른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인물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독자 스스로 그가 어떤 인간인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당시 주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았던 사마천 자신의 사관을 살짝 숨겨두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대놓고 말했다간 금서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관점을 여러차례에 걸쳐 등장시키면서 독자가 깨닫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이 책도 그 형식을 따라 각 주제에 따라 앞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곤 한다. 그렇제만 인물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구성은 아닌듯.  

방송에서강의하면서 각각의 주제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저자가 각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인물은 여러번 나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뵨다.

 

사기를 텍스트로 하여 사마천 이전의 위인, 현자, 간신 등을 다루는 책에서 제법 다루고 있는 현대의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저우언라이이다.

진시황의 유적을 설명하면서 언급하고 있는데, 1970년대부터 진시황릉을 발굴하자는 건의가 많이 있었으나 저우언라이 수상은 이를 물리친다. 대량의 수은이 들어있다고 추정되는 진시황릉 발굴은 과학기술이 완벽해질 때를 기다려 후손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이부분을 읽을 때 제일 부러웠다고 할까... 속상했다고 할까. 이에 비해 세계 최고의 졸속 발굴이 우리나라 무녕왕릉 발굴이라는데, 3시간 만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그 당시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사죄하는 몇몇은 당시 상당히 낮은 지위에 있던 - 당시엔 책임 질만한 위치가 아니던- 인물이라는데, 어차피 빨리 결과를 내고 싶어했던 하면 된다던 당시 우리 나라 최고지도자 탓 아니겠는가.  

어쩌면 사기의 내용은 너무나 옛날이라, 약소국 정나라의 재상 자산이 어떤 정치를 펼쳤네, 이런 일화가 있네... 해도, 옛날엔 현명하고 너그러운 정치인도 많았어...라고 멀게 느낄 수 있는데 저우언라이는 현대의 인물이라 우리의 현실과 더 비교된 것 같다.  

 

사기 내의 인물 중에서 이런 태도 멋지네... 라고 느낀 경우도 물론 있다. 제나라 위왕인데 추기의 충고를 듣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첫째. 왕 앞에서 대놓고 충고하는 사람에게는 1등상을 준다.

둘째, 글을 올려 왕의 잘못을 바로잡는 사람에게는 2등상을 준다.

셋째, 사석에서라도 왕의 잘못을 지적하여 그 이야기가 왕의 귀에 들리면 3등상을 준다.

그는 모든 비판의 소리에 귀기울였고, 잘못을 바로잡았다. 그러자 1년만에 더 이상 지적거리가 없어졌다고 한다.

비판에 대해 , 혹은 옳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돌아봐야지 대해 입을 막고 (키보드 두드리는) 손가락을 꺾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부분이었다. 

 

어려울 때도 유머를  잃지 않던 인물들, 어찌보면 건방지게 충고하는 인재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중용하는 열린 지도자, 약국이어도 당당한 태도, 청렴한 관리, 조화롭게 합께 잘사는 경제관,  개혁의 방법론 등 이 시대에 적용해도 좋을, 아니 적용해야만 하는 전 분야에 결친 지혜가 사기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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