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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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흔이 넘은 작가가 돌아보는 일생에 걸친 독서의 추억인데 엉뚱하게도 삐삐밴드의 <껌을 씹는 유쾌한씨를 보라>가 떠올랐다.  

껌씹는 방법도 여러가지 앞니로 씹기 어금니로 씹기 송곳니로 가르기 풍선도 불고... 처럼,

책읽는 방법도 여러가지 누워서 읽기, 엎드려 읽기, 소리내어 읽고 눈으로만 읽고, 돌려읽고, 읽은 책 또 읽고, 번개처럼 읽고, 삼단뛰기, 장애물 넘기...

겨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읽는 안락함 (이건 잠들기 딱인디...) , 처음 학교에 가서 소리내어 읽어제낄때의 자랑스러움, 눈으로 읽다 깜빡 자신을 잊을만큼 빠져들던 추억들을 내 인생은 책이 있어 행복했고 깊어졌지... 하는 기쁨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클뢰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활동적인 일이나 친구들과 즐길만한 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내성적으로 책을 끼고 앉아 있는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푹 빠져든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전기에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을 보고, 심지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지하생활자의 주인공- 뻔뻔하고 째째하기 그지없는 그 작자에게서도 자신의 모습 중 일면을 발견한다.

여기서 나는? 하고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나의 이야기야 싶은 책이 있었던가?

어린시절 독서친구였던 동생에게 물어보면 하나 짚어줄 것 같아. 

둘이서 재밌게 본 동화에 <장난꾸러기 마디켄>이라고 있었는데(제목이 맞나 모르겠네) 주인공이 자매 중 언니 쪽이다. 엄청 말썽 피우고 동생에게 누명도 씌우고 동생 간식도  뺏어먹고....  내 동생이 그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같았다고 한 적이 있다. 동생이 언니에게 당할때마다 마구 공감하며, 이렇게 나쁜 언니는 혼나야 되는데,라고 생각하고.

'어이, 난 그렇게 말썽 피우지 않았거든?' 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동생이 그렇게 봤다니 뭐.

내 동생의 시선으로 본 내 이야기는 있는데 내가 받아들인 나의 이야기는....?

죽기 전에 전에 만나게 될까? 나이를 먹으면 근래의 일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어린시절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던데,

할머니가 되면, 잊고있던 나만의 책이  떡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저자도 - 물론 아직 체력이나 정신이나 건강하신 것 같지만 - 나이를 자시니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인지 어린 시절의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책 내용의 대부분이다.  아이때의 느낌, 청소년시절의 시선으로 돌아가 당시의 감정에 푹 빠져 쓴 글 같다.

지금의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보통 자신이 읽어낼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책에 둘러싸여 있다.

저자의 시대는 그렇지 않았으니, 척박한 환경- 일제의 억압과 이어지는 전쟁, 전반적으로 열악한 독서환경 탓에 책이 없어서 읽던 책을 다시 곱씹어야만 했고, 빌려보고 돌려보느라 번개처럼 읽어내야만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빨리 읽든, 어려워서 머리를 싸매고 읽든, 읽었던 책을 또 읽든, 한권한권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잘 전해진다. 

그렇지만, 또 그때의 감정에 너무 빠졌는지(!) 소개하는 책에 대한 해설이 너무 평범한 게 불만스럽다. 중고등학생에게 이런 책도 있단다~~ 라고 또래의 감정으로 돌아가 소개해주는 것 같은 내용.  전문성을 살려서 설명하면 너무 어려워질까 저어한 듯한 느낌.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에 볼 책을 몇 권 체크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교 졸업 전의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혹은 저자과 비슷한 연배의 - 근년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더 생생한 분들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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