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대니얼 L. 샥터 지음, 박미자 옮김 / 한승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기억의 오류를 일곱 종류로 분류하고 죄악이라 칭하며 이 책은 시작된다.
단순히 잊어먹는다는 문제가 기억 문제의 다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가 꼽은 일곱 죄악 중 세가지만이 기억 누락의 문제이고, 나머지 네 가지는 무언가가 기억에 추가되거나 생생해짐으로써 생기는 문제이다.
첫번째- 소멸의 죄
이거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일 것이다. 까맣게 잊는 문제. 더 설명도 필요 없고.
두번째 - 정신없음의 죄
깜빡 하는 문제, 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평소와 다른 곳에 두는 바람에 열쇠를 찾지 못한다든가.... 하는 상황. 역시 많은 사람들이 겪으면서 살 걸?
요건 해결방법을 살짝 알려주자면, 해야할 일을 '반드시 하게 되는 일'과 연관시킨다. 예컨대, 자기 전에 약을 먹어야 한다, 나는 자기 전에 꼭 양치질 한다.... 그렇다면 양치컵 옆에 약을 두면 안 잊을 수 있다. 약을 보고도 이게 여기 왜 있지? 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할거다... -.-;;
세번째 - 막힘의 죄.
어떤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기만 할 뿐 이미지는 떠오르는데 딱 맞는 명칭이 떠오르지 않던 경험, 대부분 있겠지. 그리고 또 그런 경험도 있을 것이다. 떠올리려는 단어와 비슷한 단어가 떠올라 목표단어 재생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 그런 방해단어를 '못생긴 자매' 라고 부른다나! ^^;;
그런데 막힘이 이런 단순한 단어막힘만 있는 게 아니더라.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기억에서 차단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이트의 억압개념과 닮은 이런 차단의 경우는 나중에 재생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여기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그게 정말 재생된 것인가.... 하는 오귀인의 문제. 바로 다음 죄.
네번째 - 오귀인의 죄.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를 친구한테 들었다고 착각하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한 오귀인의 예이고,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기억하는 오류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데자뷰를 오귀인의 예로 설명하려는 노력도 있는데, 뭔가 아직 좀 명확하진 못한 설명이다.
다섯번째 - 피암시성의 죄
이건 오귀인과 꽤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던데,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질문이나 설명을 듣게 되면, 거기에 스스로 살을 붙어 생생한 기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용의자들을 보고 처음엔 잘 모르겠다.... 다시 열심히 살펴보고 첫번째 사람 같아요....라고 말한 후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엔 자신의 기억을 믿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그 사람이 범인인 게 맞아요. 똑똑히 기억합니다가, 된다.
그러니까 질문을 암시적 내용이 없게 해야 바른 기억을 유도할 수 있다는 건데, 한때 미국에서 자신의 부모를 유아성폭행으로 고소했던 사건중 상당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섯번째 -편향의 죄
어떤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많이 말하는데, 그 사람들 모두 정말 결과를 알게 되기 전에도 그럴 줄 알고 있었을까?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자신은 그런 식으로 생각해왔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곱번째 -지속성의 죄
잊는 게 문제지, 기억이 지속되는 게 무슨 문제야, 싶지만 커다란 상처가나 실망감 좌절감등이 기억에서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자꾸만 떠오를 때, 어떻게 될까? 외상후장애증후군(PTSD)이나 우울증이 이 나쁜 기억의 지속성때문이다.
'기억은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인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에서 거짓기억에 대한 이야기며 지속성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기억은 떠돌이 친구까지 달고 다니며 내키는 곳에 눕고, 맛있는 음식(나쁜 기억)은 한번 물면 절대 내놓지 않는 개'인 모양이다.
일곱가지 죄악을 설명한 후 저자는 왜 이런 엉성한 기억시스템으로 진화해왔는지 설명하려 애를 쓰는데, 그 설명, 기억 시스템 못지않게 엉성하다. 왜도 어떻게도 말끔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정리 되면 다시 설명해주쇼, 샥터 씨.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나니, 대화할 때 남들 말 속에 등장하는 지난시간 이야기가 다 의심스럽고, 나도 말하면서 내 생각, 내 기억에 확신이 안 서고.... 후유증이 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