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수잔네 파울젠 지음, 김숙희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아주 예쁜 책이다.  책갈피마다 나뭇잎이 끼워져있는 듯한.
내용- 말투도 꽤나 곱다. 식물에 얽힌 문화나 생물학적 지식을 설명할 때는 물론이고 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화낼 때도 부드러워서, 앞표지의 저자 사진을 다시 들춰봤을 정도. 유쾌하고 선한 사람일 듯... ^^  

나로선 식물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드는 생각이라곤 '태양에너지를 동물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유용한 존재'라는 원론적인 사실 뿐인데,
저자에게 식물은 세상의 문명을 좌지우지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음식이 되고 약국이 되고, 시계도 되고 달력도 된다. 저자에게 있어 식물은 없으면 우리 인간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더없이 중요한 존재이다. 
어쩌면 식물 이름 한가지만 들면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줄줄 읊어댈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책에 나온 식물중에서 육두구 얘기로 책 내용을 풀어내볼까.

후추가 귀하게 여겨졌다는 얘긴 들어봤어도 육두구는 내겐 생소한데, 중세 유럽에선 그 꽃 1파운드가 양 세마리값에 달하는 귀한 양념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육두구를 찾아 항해를 시작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통해 반다 섬(오늘날의 인도네시아)에 육두구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반다 섬은 그 후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다. 1605년 네덜란드 군과 반다섬 원주민들 간에 분쟁이 일어나면서 네덜란드 군은 반다섬 원주인을 씨를 말리다시피 사살하고 세계무역을 통제한다.
그런데 육두구는 왜 요리에 어울리는 향을 가져서 반다 섬에 그런 비극을 불러온 것일까.
육두구의 경우 조금 넣으면 향기롭지만 많은 양의 육두구 양념을 먹으면 흥분상태에 빠진다.
그럼 다시 질문, 식물은 왜 우리에게 흥분제를 제공하는가?
답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자신의 적이 되는 곤충을 물리치기 위해서 만들어 낸 화학물질이다. 천연 살충제를 사람들은 좋다고 맛보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약할 때는 인간에겐 특이한 향의 양념이 되기도 하고 조금 세면 흥분제가 된다. 더 강력한 어떤 식물들은 죽음을 불러오는 것이다. 
반대로 약이 되는 식물도 있다. 디키탈리스는 심장을 좋게하고,조팝나무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으로는 아스피린을 만든다. 말라리아는 기나수 껍질로 만드는 키닌이 치료제로 이용되어왔는데, 요즘은 말라리아균이 약에 면역되어 효과가 없다고 한다. 현재는 아르테미신 약초를 이용한 약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가난한 현지인들이 그 약초를 이용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지만, 
거대제약회사가 유전자배열에 대해 특허권을 갖고 동식물의 유전자에 소유권을 주장하는시대에. 글쎄.... 

글쎄 한가지 더. 
책 끝부분에서 미래의 정원으로서 '텔레가든'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에 빛을 비추는 장치와 로봇이 설치되어 원격으로 키우고 감상하는 정원.  작가는 재미있는 시도 쯤으로 보는 것 같은데 난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네.  그게 컴퓨터 장난감이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식물이랄 수 있겠는가. 식물 입장에서도 그런 곳에서 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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