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한 청춘

배꼽 근처 나의 왕국
니시 카나코 지음, 지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두 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첫번째 단편의 원제는 아오이.

배꼽 근처 나의 왕국이라니 에로틱하거나 아주 엉뚱하게 코믹할 것 같은 제목인데, 글쎄... 제목이 저렇게 바뀐 걸 알면 과연 작가가 좋아할까 싶다.

TV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마지막 회에서 안심하고 박수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고민 많은 여주인공과 어리고 예쁜 남자애가 등장하고, 소심한 마음이 열리고 좀 더 당당해지고 기대감과 행복을 알게되고.... 나이만 먹었지 어릴때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던 이들이 다들 한 단계씩 성장하고, 뭐 그러니까 청춘드라마로서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요소가 있긴 한다. 

하지만 소설로선... 묘사를 하다 말았다. 감정의 변화도 그리 꼼꼼하게 그려지지 않았더랬는데 갑작스럽게 진취적이고 낙관적이 된다. 물론 작가는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좀 헐렁하다. 전형적인 일본 청춘드라마를 대충(!) 글로 옮겨놓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두번째 단편은 샘 이야기.

어느 날 샘이 사고로 죽고 친구들이 조문을 위해 모인다. 만사가 귀찮기만 한 한 무리의 젊은 애들. 샘도 그 무리 중 한 사람이긴 한데 성격은 좀 달랐다. 성실하고 집요하기까지 해서 귀차니스트 친구들을 종종 당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드라마성은 적지만 나름 만족하며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작가가 조바심을 내버렸다. 아오이에선 묘사를 하다 말더니 샘 이야기에선 독자들이 못 알아들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소설 속 그 시간이 어떤 의미로 가슴에 새겨졌는지 주절주절 설명을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촌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