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자리수 받아내림 받아올림 덧셈 뺄셈 문제 20개 만들어줘."

몇주전 <기적의 계산법> 문제집 장수가 바닥났길래 노션 창을 열고 AI에게 요청해봤더니, 순식간에 엄마표(?) 연산학습지가 만들어졌다. 번거롭게 시간 들여 숫자를 조합하는 작업도, 비용을 들여 추가적으로 문제집을 더 살 필요도 없었다. 이뿐인가. 빅스비는 이미 가족 같은 백과사전 비서이고, 파파고 앱은 아이의 영어회화 연습도구로 최고다.

하...정말 세상 좋아졌다'고 감탄하며 시대흐름을 간신히 따라가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좀 버겁고 두렵다. 이러다간 일부를 제외하고, 나 포함 나머지 인간 대부분 손가락 빨며 굶어갈 처지가 암담해 기술개발 좀 그만 했으면 싶기도 했다. 하지만 <AI 사피엔스>를 읽으며 내가 AI쇄국주의자 기성세대로 늙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등골이 서늘했다.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두께감 압박이 무색하게 긴장감으로 몰입시키는 책이었다.


20만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 저자 성균관대 최재붕 부총장의 5년 만의 역작 <AI 사피엔스>가 출간되었다. <포노 사피엔스>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전작인 <체인지 9>(2020)를 워낙 흥미진진하고 임펙트하게 읽은 바 있다. 공학자로서 국내 최고의 4차 산업혁명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최재붕 교수가 정리한 내용의 전문성은 더 의심할 필요가 없다. <AI 사피엔스>는 주제가 주제인만큼 전작 <포노 사피엔스>(2019)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2022)에서 언급한 내용도 포함할 수밖에 없기에 이 한 권이면 15년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독서시간의 경제성(?)도 있다.

<AI 사피엔스> AI를 통해 천지개벽급 신문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150년전 조선은 1차 산업혁명 당시 유럽 중심 세계관을 배척하는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다 1910년 결국 멸망했다. 이에 빗대어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AI 문명의 식민국이 될 것인가, 주권국이 될 것인가, 이 기로에서 부지런히 현실을 체감(파악)하면서 새 문명 AI 사피언스 시대를 대비하시라고,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당부하며 각성시켜주는 '미래준비 설명서'다.


책은 크게 6개의 Part으로 나누어진다.

Part1.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로 달려가는 인류

Part2. 디지털 신대륙의 주인공 'AI사피엔스'의 세계관

Part3. AI를 만난 메타, 사상 초유의 거대한 신시장을 열다

Part4. 메타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산업이 빠르게 변신 중

Part5. 시장의 성공법칙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팬덤경제

Part6. 전 세계를 홀린 K-팬덤, 휴머니티로 미래를 디자인하라

Part 1&2에서는 AI 시대의 근본적 변화 요인과 특징(세계관)을 알려준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메타, 테슬라,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행보와 최신 기술 트렌드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Part 3&4에서는 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의 비즈니스 모델인 '메타 인더스트리'의 탄생과 마케팅, 유통, 자동차, 전자, 건설, 교육, 법률, 행정, 콘텐츠, 의료 분야 등 전 산업을 아우르며 변화 양상과 전망을 서술한다.

Part 5&6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팬덤경제를 다룬다. K-팬덤의 요인을 한국의 문화유산인 '공감력'으로 해석한다.


<AI 사피엔스>를 통해, AI 문명에 대한 현실적인 당위성과 미래과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AI 활용은 필연적이 될 것이고, AI 활용능력의 우열이 개인의 부귀영화를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전세계 자본과 인재를 빨아들이며 주권국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이 시대, 한국은 어디쯤에 와 있는 걸까.

천만다행히, 한국은 생성형 AI 개발에 관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나라다. AI 산업의 핵심 하드웨어인 반도체 생태계와, 네이버&카카오같은 독자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확보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인 AI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말이다(* 최재붕 교수는 플랫폼들을 '약탈적 자본'으로 바라보는 건 구시대적 이념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이것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해야할만큼' 한국이 가진 국가적 자산이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노하우와 데이터량은 이 기반이 약한 유럽, 일본은 따라올래야 따라올 수 없는 갭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적 팬덤까지 보유한 한국은 AI문명에서 아주 유리한 가능성을 가졌다.

문제는 더 이상 베낄 롤모델이 없는 지경의 선진국 한국임에도, 새 문명을 마주한 우리의 마인드는 '개도국'의 관성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일례로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 코인이나 NFT발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들었는데, 사실 나부터도 돌아본다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보수적인 관성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80년생인 내가 MZ세대의 아주 턱걸이로 붙어있는 끝물(?)세대라는 걸 감안한다 치고, 알파세대이자 진정한 'AI 사피엔스'라고 하는 16년생 내 아이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환경을 구축하고, 자유롭고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복잡하고 절박하게 다가온다. '게임산업이야말로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메타 인더스트리의 대표 주자'라는 저자의 설명에 수긍이 갔으니, 말 다한거다.


AI시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동력은 ‘구독과 좋아요’다. 메타 세상은 거대한 자본과 조직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글로벌 인기를 누릴 수 있게 한다.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가득하고, 롤모델은 국경도 없다. '좋은 경험'을 디자인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전문적인 실력(AI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포함)과 팬덤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도 기회가 열린 시대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그게 가능한 세상인 셈이다.

직접 찍으러 다니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AI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본질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에 달려있다(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전문용어도 있다고 한다 *0*). 그러니,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세계관은 '그게 말이 돼?'대신, '해야만 한다면, 끝장나게 더 잘해보자'하는 오기와 '이런 것도 해볼까?'하는 담대한 도전정신일 것이다. 책에서 인용한 이어령 교수의 말씀대로, "썰물의 시대"가 지나면 "갯벌"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듯이, 최재붕 교수는 반복적으로 한국의 가능성과 기회를 강조한다. 나는 이 책에 절절하게 담긴 '긍정적 전망'을 믿고 싶다.

<AI 사피엔스>의 분량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비슷하다. 당시 나는 <사피엔스>를 읽으며 과거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의 실체에 대해 깨달았었다. 충격적이고 우울한 마음까지 들었던 독서였지만, 그때 얻은 인사이트는 충분히 가치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AI 사피엔스>를 탐독해야할 시간을 더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티 마을 영미네 집 - 개정판 밤티 마을 2
이금이 지음, 한지선 그림 / 밤티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미는 큰돌이의 동생이다. 아이가 없는 집에 양녀로 갔던 영미가 밤티마을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영미가 좀 달라졌다. 방이 작다고 불평하고, 팥쥐 엄마와 양엄마였던 은선 엄마를 비교하며 툴툴댄다. 영미에겐 영 마음에 들지 않던 팥쥐 엄마였는데,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 앞에 영웅처럼 등장한 일을 계기로 영미도 점점 팥쥐 엄마에게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몇년 전 집을 떠났던 엄마가 아이들을 찾아왔다. 그것도 영미와 큰돌이가 팥쥐 엄마에게 줄 생일선물을 사 가지고 오는 길에. 큰돌이는 자기만은 꼭 기다리겠다던 엄마가 막상 돌아오자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고 팥쥐 엄마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집을 떠났던 엄마가 돌아온 이유는 재혼을 앞두고 어린 영미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자기가 양녀로 보내졌던 이유도, 심지어 팥쥐 엄마가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지 않는 이유까지 자기만 미워해서라고 생각하는 영미는 딱 아이다운 헤아림을 드러낸다. 그런데, 영미의 설움 앞에서 어른들은 할말이 없을 만도 하다. 그저 '어른들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들'에 대한 부당함을 꼬집는 어린 아이의 일침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나도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가끔 아이를 0.5인분처럼 느끼거나 대할 때가 있다. 영미가 큰돌이 동생이 아니라 '영미'인 것처럼, 아이는 누구누구의 아들딸 이전에, '00'라는 사람인데. 비록 끼니를 먹거나 몸을 누이는 일상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성인의 그것보다 적더라도 아이의 존재감과 선택권은 온전히 1인분이어야 하지 않을까. 큰돌이가 영미에게 타이틀을 양보하는 대목은 우습고도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마음이라는 건, 표면으로 드러내야만 온전히 상대에게 가닿는지도 모르겠다.


"왜 맨날 나만 가라고 해? 나도 밤티 마을 집이 좋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만 미워하냐고." 영미가 서럽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누가 너만 미워한다고 그래? 큰돌이나 너나 다 똑같은 자식인데." 아빠가 말했어요.

"거짓말! 은선 엄마네 집에도 나만 보냈잖아."

···(중략)···

"다 오빠만 좋아해. 사람들이 다 큰돌이 아빠, 큰돌이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우리 집도 큰돌이네 집이라고 하잖아." 큰돌이는 웃음이 나왔어요. 아빠도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영미네 집 해라, 영미네 집 해."

큰돌이는 큰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렇게 하면 다시는 영미가 떠날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밤티마을 영미네 집> 89p~91p



<밤티마을 영미네 집>에는 팥쥐 엄마 '정옥순'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더 중점적으로 담겨있다. 원래 정옥순이라는 이름은 <봄이네 집>에서 나오는데, 이번 <영미네 집> 개정판에서 보다 빨리 등장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시장에서 미아가 된 후 가족없이 혼자 살아왔던 그에게 '영미네 집'은 새로운 꿈의 시작이었다. 영미네 가족을 만나고서는 '나는 뭐 하러 세상에 태어났나' 했던 생각에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기쁨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영미에게 쩔쩔매던 이유와, 자신이 떠나야 한다고 판단했던 팥쥐 엄마의 독백은 참 안쓰럽고 가슴 아프다. 마냥 힘세고 이유없이 헌신하는 의아한 여성으로 보였던 그가 전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복닥이며 살아가는 이유를 잠시 헤아려보게 한다. 나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


영미와 큰돌이 그리고 팥쥐 엄마는 이제 서로 '가족'이라는 이름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 <밤티마을 영미네집>을 읽으면서 '혈육의 정'과 '관계의 정'이란 것에 대해 새삼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초혼으로 어린 자녀가 둘이 있는 분과 혼인하신 친척어른이 계신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잘 살고 있는 딸은 엄마에게 그렇게 감사와 애정을 표한다. 자신을 낳아주긴 했지만 부재했던 친엄마보다, 현실에서 의식주를 보살피고 보호자가 되어주었던 분에 대한 마음의 빚과 정이 크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참 몰입해서 시청했던 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떠오른다. 엄마로서 감정이입이 되어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여주인공은 외도한 남편과 헤어지기로 했는데, 철썩같이 믿었던 외동아들이 정작 아빠와 살기로 선택했던 것이다. 돈 잘벌고 능력있던 의사 엄마보다 같이 야구를 보고 요리를 해주던 아빠와의 추억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배신감은 정녕 정당한 감정일까? 

팥쥐 엄마가 떠날까봐 걱정하며 심란해지던 큰돌이와 영미처럼, 어린시절 비슷했던 내 일화도 생각난다. 부모님 가게에는 숙식하며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과의 인연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한 분이었다. 호감가지 않는 외모와 자꾸 간섭하듯 말을 거는 그 아줌마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에 딱히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동안 같이 지내다 떠나시는 마지막 날, 나는 저편 내 책상의자에 앉아 감정을 삼키느라 입을 딱 다물고 있다가 결국 질질 짜듯 눈물을 쏟았다. 어린 시절 가족도 친구도 아닌 누군가와의 이별에서 처음으로 복잡했던 감정과 행동이 이 나이까지 기억이 난다. 

정이란 건 그렇게 무섭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가까워지거나 각별해질 수 있고, 피를 나눈 관계여도 관계의 질을 보장할 수가 없다. 어떻게 같이 보듬고 걷느냐에 따라 삶이 그렇게 만드나 보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과 비교했을 때 나는 <밤티마을 영미네 집>이 더 인상적이고 찡했다. 어른 독자로서는 대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서사라 해도,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고 그 슬픔과 안도가 교차하는 이야기의 과정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우리집 어린이를 비롯한 어린이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다. 

참, 팥쥐 엄마가 쓰러졌다. 그리 몸을 사리지 않고 애쓰더니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다음 편은 <밤티마을 봄이네 집>이다. 봄이는 누굴까? 폴짝거리고 뛰며 좋아하던 영미와 큰돌이의 모습을 보다가 나까지 웃음이 전염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삶이 콘텐츠가 되는 순간 - 평범한 내 일상이 누군가에겐 ‘인생 콘텐츠’가 된다
한혜진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고읽는 한혜진 작가님의 신간!! 빨리 읽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울해방일지 - 내 마음을 알고 싶은 날의
이명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스트레스 만렙상태. 급기야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갖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미칠듯 들끓어 혼자 내 가슴팍을 꽝꽝 내리쳤을 때, 깊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생각했다. '아.. 상담치료를 받아야 할 건 나구나.'

당시 내게 필요한 건 집요하게 꿰뚫어보는 투시도보다 '조감도'였다. '괜찮아♡'를 가훈으로 써붙이고 양육과 일상의 방향기로 삼았다. 티끌만한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터널을 지나는 방법을 아는 지인의 조언을 얻은 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가는 중이다.

그 틈에 기다리고 있던 책 한권이 도착했다. 얼마전 때마침 참 신기한 타이밍으로 내게 똑똑 문을 두드린 책이었다. 누구나 어떤 주제로든 중대한 고민과 문제에 직면하는 때가 온다. 걱정, 분노, 좌절, 슬픔, 두려움,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과정은 최종적으로 우울로 귀결되지 않던가. 제목부터 트렌디하다. 호기심을 넘어 진심으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우울해방일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경기도 자살예방센터의 이명수 센터장이 그동안 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꼭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고민들이 모여 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가 편안하면서도 담백하다. '(8p)이라는 표현이 꼭 맞는 느낌이다.


'문제를 대상화하기'는 치료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고통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종류의 문제이든 제일 중요한 첫걸음은 그 문제를 살짝 떨어져서 보는 것입니다.<우울해방일지> 6p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관점을 바꾸어 해소하는 것이다"는 마인드를 장착하게 해준다. 실제로 내가 겪고 있는 고민이 애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점차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 과정을 어떻게 슬기롭게 지나갈 수 있을까에만 노력하자는 힘을 얻었다. 약점 뒤에 가려진 다른 강점을 품은, 내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이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에 더 집중할 것이다. 오늘도 잘 해낸 내 아이와 나를 기꺼이 칭찬해주고 싶다. 시간은 반드시 나의 편이고(설령 시간으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훗날 나에게 큰 경험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다져간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생각해보세요. 가시거리가 30m이고 그 너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시야가 허용하는 만큼 전진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안개 저 너머를 보는 것입니다. ···(중략)··· 안개의 속성은 보이는 만큼 가면 또 다른 30m의 시야가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만큼만 계속 가다 보면 해가 뜨고, 해로 인해 공기가 따듯해지면 안개가 슬며시 걷혀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게 됩니다.<우울해방일지> 31p


구체화된 걱정거리는 역설적으로 걱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비가 필요한 사항일 뿐입니다.<우울해방일지> 242p



두번째는, 책의 목차처럼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심리문제 사례를 통해, 당장 나와는 관계없는 어려움이라 하더라도 언제가 내게 또는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막연히 "힘내!"라는 위로의 말대신,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려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무기력에 빠져있는 친구에게는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어, '생각의 프레임을 능동기어(25p)'로 바꿀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다. 어느 날 부정적인 자기평가에 빠지는 날이 온다면 "정말 그게 맞을까?"라고 스스로 물음표를 던져보는 게 좋다. 또 평소에 말하기의 3원칙('사실을 말하기, 필요할 때 말하기, 나이스하게 말하기(=궁금할 때만 질문하기)(161p~)')을 실천하다보면,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의사소통법을 마스터하는 셈이다.


인간관계를 정리해나가는 데 있어 변하지 않는 몇 가지 절대적 규칙 중 하나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쳐내는 것입니다.···(중략)··· 어떤 방식이건 당장은 어색하고 힘들지라도 그것은 연습을 통해 익숙해져야 하고,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우울해방일지> 184p


"다른 사람의 평가가 두려워요"라는 말은 상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평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중략)··· 누구나 평가를 당할 수 있지만 평가를 할 때에는 평가받는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공식적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략)··· 의견은 그냥 의견의 형태로 놔두어야 합니다.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의견을 굳이 평가로 둔갑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우울해방일지> 190~191p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행동으로 교정하기 위해서는 잘못한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고 잘한 행동은 매우 칭찬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을 '선택적 무관심'이라고 부르며 이는 매우 강력한 행동교정의 효과가 있습니다.<우울해방일지> 204~205p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으며, 안전에 대한 강박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간 약속도 잘 지켜야 하고 정리 정돈도 잘 해야 합니다. 이처럼 일정 수준의 강박 성향은 개개인의 성취에 도움이 되고 삶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비단 강박 증상뿐 아니라 신경적 증상의 대부분은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가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가 아니면 촉진제 역할을 하는 가에 대한 이슈입니다.<우울해방일지> 284p


마지막으로, 약물치료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고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성격이 예민한 것과 우울로 인해 예민한 것을 구분해야하는데 성격 탓이겠거니 방치하게 되면 이차, 삼차적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관점을 전환하고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것이 '문제에서 해소되는' 본질적인 방안이라 할지라도, 고유의 성격 반응이 아닌 '증상'의 경우에는 '증상개선'을 위한 약물치료가 선행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터널을 깜깜합니다. 그런데 깜깜한 터널에서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혹시나 저 멀리 있는 출구의 빛을 감지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처방을 통해 수면을 개선하고 불편한 감각을 안정화하며 더 나아가 마음의 화를 조금이나마 다스릴 수 있다면 선글라스를 벗고 이를 통해 혹시나 못 보고 지나갔고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터널은 캄캄하지만요.<우울해방일지> 86p


항우울제가 성격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성격의 탈을 쓴 우울 증상'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우울해방일지> 152p


타인의 부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듣는 사람도 지치진 않을까. <당신이 옳다> 책에 따르면, 실제로 트라우마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나 사회복지사, 시민운동가 등 중에 고통의 전이로 있어 심리적으로 탈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일은 공감과 객관성 사이에서 투철한 균형감으로 아주 섬세하게 타인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을 통한 직접경험같은(?) 간접경험이 오늘 각자 앞에 놓여있는 어려움을 지나갈 수 있을 힌트가 되길 바란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삶은 없다는 '관점'을 단단히 붙들어매면서.


이 책을 쓴 저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히고 별거 아닌 것에 짜증을 냅니다. 또 충동에 굴복하여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얻는 축복이라고 한다면 병원에 오시는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점검하며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우울해방일지> 314p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같이 볼래요? - 엄마들의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
부너미 기획 / 이매진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한 선배언니가 페이스북에 남겼던 짧은 영화감상 소감이 기억에 남아 있다. <설국열차>(2013)를 봤는데, 어린 자식을 엔진청소부로 빼앗긴 엄마에게만 자꾸 꽂히더라는. 당시의 나는 '그렇구나' 하고 짐작하는 게 다였는데, 지금의 나라면 그 언니와 똑같은 감상평을 쓸 지도 모르겠다. 


삶의 고민이 달라지니 보는 영화도 달라지고, 본 영화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전세계를 휩쓴 최신 흥행작 말고, 영화 평론가가 추천하는 영화 말고, 엄마들이 고르고 엄마들이 공감하는 '엄마들의 영화'가 궁금했습니다.

<우리 같이 볼래요?> 5p

<우리집> <기생충> <가족의 탄생> <보이후드> <우리의 20세기> <결혼 이야기> <톰보이> <B급 며느리> <툴리> <펭귄 블룸> <박강아름 결혼하다> <남매의 여름밤> <레볼루셔너리 로드> <벌새> <소공녀> <욕창> <케빈에 대하여> <82년생 김지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디 아워스> <마나나의 가출> <안토니아스 라인> <비포 미드나잇> <블랙 위도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크루엘라> *본 영화(형광펜 표시)

결혼한 여성들의 삶을 탐구하는 모임 '부너미'가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2019)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2020)에 이은 세번째 책 <우리 같이 볼래요?>를 펴냈다. 앞선 두 권의 제목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 책은 좀 더 다정한 느낌의 제안을 건넨다. 영화를 매개로 '기혼여성의 다양한 삶'과 생각을 나누는 책이다. 

가끔 유명한 평론가들의 영화관련책을 읽다보면 나도 본 영화인데도 해석이나 글이 너무 심오하여,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될 때도 있다. <우리 같이 볼래요?>는 내가 보지 않은 영화에 엮인 이야기조차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감독의 의도나 메세지를 파악하려는 시도 대신, 기혼여성들의 삶에 접목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집중한 글들이다. 스물여섯명 필자마다의 고유한 문체와 다양한 사연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 한편 새롭게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입장이 비슷해 구구절절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따라 내 삶을 밀고 나갈 힘을 재차 점검하기도 했고, 직접 체험으로 터득하지 못하는 사유에도 감응할 수 있었다. 


'차 한 잔 끝까지 마시기 어려울 만큼 시시때때로 조각난 니콜의 하루가 보여 눈물이 나던 마음(54~61p 단단)'이 내게도 생생하고, 결혼과 출산 뒤 확연히 달라진 삶의 변화가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출산 후 재채기도 편히 못하게 된 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자(80~87p 성소영)'고 같이 더 외치고 싶고, '내게는 펭귄처럼 새롭게 변형될 날개가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민영 112~119p)'으로,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나 자신의 안부를 물을 것(178~185p 유보라)'이다. '엄마라서 할 수 있는 실천들이 나를 넘어 주변으로 퍼져나가도록 시도(62-69p 살구)'하면서도 '나를 채우는 사치(154~161p 이성경)'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여행(170~177p 구성은)'도 해보고 싶다. 

가족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부부는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맞장구를 치는 셀린과 제시처럼 일종의 대화(?)'를 거듭하는 관계다(194~201p 인성). 그러므로, 나비님처럼 '배우자를 팀원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견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설령 그 마음이 바닥나는 순간이 오더라도 김은희님처럼 '각자 행복을 찾으며 살아온 시간의 소중함'도 인정할 것이다. 또 집 밖에서 만난 이들과도 '같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14~21p 정현주)'과 '친부모, 계부모, 친자식 같은 단어에 속박되지 않고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환대하는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38~45p 김은희)'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나와 내 주변, 그리고 시대를 둘러싼 이해가 깊어질 때 비로소 해묵은 감정하고 화해할 수 있게 된다.(126p 민보영)"는 문장은 이미 볼드체로 보였다. ''외'라는 글자로 떨어져 나온 엄마의 삶을 생각해보는 마음(104~111p 하지현)', '바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이나 에너지를 내어줄 만한 여유가 없을 뿐이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120~127p 민보영)'에 고개를 끄덕였고, '애들이 오면 기쁘지만, 애들이 가도 기쁘다'는 시어머니(70~77p 블랑)의 고백에 풉 웃음도 났다. '세상 속 아줌마 요원들의 세계(202~209p 김수현)' 편은 통째로 코믹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나게 읽었다. 

<기생충>을 '거리의 필요성'으로 해석(23~29p 홍애리)한 감상은 새로웠고, '여성이 결혼 뒤 친정에 의지하는 '신모계사회' 현실은 권력과 위계가 여성 중심으로 넘어간 게 아니라 여성이 양육의 주 책임자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현상일 뿐(136~143p 유유)' 이라는 지적은 짜릿했다. '미소가 오늘도 무사히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실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 (128~135p 홍하언니)'을 읽으며 내가 탄 욕망의 기차는 어디쯤 와 있나 돌아보기도 했다. 


"영화는 어른들의 사랑이 얼마나 달콤하고 애달픈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지, 다들 그 속에서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지 보여줬다(221p 심지)"는 누군가의 문장처럼, <우리 같이 볼래요?>는 엄마들 각자가 저마다 서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마음을 보여준다. '강요나 협박에 의해 세뇌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스스로 느끼는 강해지는 순간'(88~94p 안성은)의 모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 속에서 만난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나이, 직업, 사는 곳, 취향을 불문하고 모인 부너미에서 우리는 모두 '샘'이라 불린다. 기혼 여성으로서 겪은 불평등에 함께 분노하면서도 각자의 속도와 온도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존중한다(216p 이효정)

엄마라는 정체성은 같더라도, 사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과거의 궤적도, 오늘의 형편도, 내일의 방향도 다르기에 '속도와 온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걸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수다. 그럴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이해와 감각은 결코 혼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나 역시 지난 6년간 실감했다. 속도와 온도는 다르더라도 결이 같은 이야기들을 자꾸 만날 수 있을 때, 내 현재를 의심하고 비관하는 대신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 강해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준다. 

<우리 같이 볼래요?>에서 소개한 영화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빠짐없이 챙겨보고 싶다. 물론 같은 영화라도 내게는 다른 장면과 대사가 더 꽂힐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떠랴. 내가 가진 차이도 '우리'라는 세계에서는 분명 의미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 같이 볼래요?> 책이 알려주었는 걸. 


더불어, 밑줄 문장들.

- 아는 것이 힘일 때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적당한 관계를 맺는 쪽이 이로울 때도 있다. 의도와 목적과 속마음을 어느 정도 지하실에 숨겨두더라도 우리는 공생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택이 탁자 밑에 없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보고들은 것을 안 보고 안 들은 양 자기 자신까지 완벽하게 속일 수 없다면, 타인에게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쪽이 모두 '사는 길이다. - 29p 홍애리

- '가족 실천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구성원은 제도로 묶여 있더라도 한 가족이라 보기 힘들다···(중략)··· 가족 실천을 꼭 가사에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등에 파스를 붙여 주거나 보기 싫게 삐죽 솟아난 새치를 뽑아주는 일, 보드게임이나 배드민턴 짝꿍이 돼주는 일, 문제집 채점을 해주고 숙제를 봐주는 일 등도 가족 실천의 예시가 된다. 내 시간을 너그러이 헐어내어주는 일들 속에 돌봄의 감수성이 스며 있다. - 36p 자일리

-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 조금 안심이 됐다. 나만큼 아이도 나를 사랑하고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아이도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무진장 애쓴다는 사실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그 자유 의지를 방해하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다. 52p 쑤리

- '엄마에 관한 세상의 말들이 칼날처럼 공격을 해도 나는 엄마가 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래서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 결코 완벽할 수 없으면,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자책이 밀려올 때마다 내 사랑을 의심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 151p 은주

- 살던 대로 살 수도 없고 다르게 살 수도 없는 깜깜하고 막막한 시절,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뿐 아니라 희미한 빛에 의지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도 소중한 내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찬실은 진정 복도 많다. - 169p 랄라

- 안토니아네 활짝 열린 마당에서는 개별적인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곁이 될 뿐이다. -188p 엘리

- '아줌마'는 흔히 멸칭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어떤 여자든지 돕고 싶고 친구로 받아들이고 싶은 넉넉한 마음은 아줌마 세계에 들어오고 나서야 생긴 변화다. -205p 김수현

"본 포스트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