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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환경 사전 ㅣ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서평단 #협찬
<아홉살 사전> 시리즈를 네 권 모두 쭉-소장해왔는데요. 6년 만에, 이번엔 환경을 주제로 한 <아홉살 환경사전>이 출간되었다니, 정말 반가웠어요.
<아홉살 환경사전>은 환경을 주제로 하는 글이나 일상 대화에서 사용되는 표현 중 자주 쓰이는 80가지 단어를 추려, 그 의미와 표현, 환경 상식을 담았습니다.
내지 편집 구성은 기존 <아홉살 사전> 시리즈 구성에서 다소 변경되었어요.
우선 제시 단어의 폰트가 커져서 눈에 더 잘 들어오고요. 아무래도 왠~지 진지한(?) 명조체보다는 고딕체로 바뀐 본문 텍스트가 좀 더 어린이 정서에 맞게 라이트하고 가독성도 더 좋아 보입니다.
특히 저는 사전적 정의가 단어 바로 아래 위치로 이동하여 반영된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전에는 이상하게 우측 상단으로는 시선이 잘 가지 않아서, 사전적 정의 부분은 거의 읽지 않게 되거든요.
전체적으로 <아홉살 환경 사전>도 편집이 시원시원 깔끔해서 좋고, 네컷짜리 카툰 형식의 일러스트도 포함되면서 전보다 아이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일러스트가 펼친 면으로 구성된 페이지도 있어요. 꼭 그림책을 보는 것 같네요.
<아홉살 환경 사전>은 단어 설명 외에도 왼쪽 하단에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이 추가되었어요. 그런데, '맑은 날씨 감별사', '물건 역사 탐정'처럼 요러요런 네이밍들이 꽤 귀엽고 재밌는 요소인데, 폰트가 좀 더 컸으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너무 작아 안보여서 하마터면 못읽고 지나칠 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이, 단어를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단어를 넣어 예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굳이 그런 활동은 없습니다. <아홉살 환경사전>은 학습서가 아닌 교양서로서, 공부라기보다는 먼저 마음으로 와닿게 익히는 과정을 추구하기에 그런 것이겠죠?
1.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알게 되는 상식
먼저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용어들, 예를 들어, 동물권, 생태계, 멸종되다 등..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문용어(?)들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동물권이라는 단어를 배운 아이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르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으로도 자연스레 확장되지 않을까요?
저희집 어린이는 '새활용'에 대한 페이지를 읽다가 "왜 재활용이 새활용으로 바뀐 거예요?" 라고 물었어요. 그러다가 다른 페이지에서 '재활용'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알아서 이해를 하더군요. "아~ 재활용은 쓰임새를 바꾸거나.."
실은 저도 재활용이나 새활용이나 별 구분없이 생각했었는데요. 덕분에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답니다.^^*
-재활용 : 버려지는 물건의 쓰임새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쓰는 일!
-새활용 : 버려지는 물건에 창의성과 디자인을 더해 새롭게 쓰는 일!
2. 공감으로 이해하는 환경의 중요성
이 책에는 환경에 대한 감정어휘들(감사하다, 걱정하다, 뉘우치다, 안타깝다, 속상하다 등)도 포함하고 있어요. '공감력'은 저절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 능력이라고 하죠. 환경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 주변에서, 공동체에서 보이는 반응들과 태도, 실천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환경 감수성을 키워갈 것입니다.
3.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기
앎에서 끝나면 진짜 아는 게 아니라잖아요.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한 단어들(보호하다, 배려하다, 기억하다, 나누다, 존중하다, 협동하다 등)을 담고 있습니다. '가방에 들어간 방아깨비를 꺼내 풀숲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생명을 구하는 위대한 행동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요.
저는 특히 '기다리다'라는 단어가 새삼 신선하게 와닿았어요. '환경'과 '기다리다'라는 단어가 연결이 되는 구나! 그러고 보니, 계절이 돌아오기를, 비가 내리기를, 비가 그치기를, 새싹이 돋아나기를..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있는 것들이 없는데 말입니다. 환경이 자꾸 파괴되어 가는 이유가, 바로 무엇이든 더 빨리 빨리 이루고 싶은 욕망,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여 만들어내는 기술들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되돌아봅니다.
일상에서 수시로 아이는 단어의 뜻을 물어봅니다. 제딴에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싶지만, 아이디어가 막힐 때가 있어요. <아홉살 환경사전>은 단어에서 시작합니다. 활자로 제시된 단어는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으로 연결되어 아이들 머릿 속에 개념화됩니다. 어휘를 배우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고 편안하지요. 책에 나오는 뜻풀이 예시를 보다보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 지 도움이 되어요. 그런 면에서 5세~10세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 또는 교사들에게도 유익한 책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단어를 나만의 표현방법으로 창조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혀갈 것이고요.
무엇보다 <아홉살 환경사전>은 아주 중요한 주제인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점점 숲과 흙보다는 스크린이 익숙해지는 아이들, 어울림보다 경쟁의 압박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해 공감하며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시선을 성장시켜주는 책,
<아홉살 환경사전> 을 아이 앞에 슬며시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