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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똑똑한 질문법 - 내 생각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말하기 연습
이현옥.이현주 지음, 민그림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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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몇년간 어린이 도서 시장을 보면, 말하기와 관련된 실용서가 부쩍 눈에 많이 띕니다.예를 들면, <나도 상처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받지 않는 말하기 연습>, <상처 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 <예의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같은 책 말입니다. 아무래도 또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시대적 니즈를 반영했을 것인데, 바람직한 대응법과 자기표현력에 대해 어린이 독자가 직접 '책'을 읽고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은,  AI시대를 잘 살아갈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쌍방향중계 기자회견, 타운홀 미팅 등의 현장 영상들을 쭉 지켜보다보니, 그야말로 점점 더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더 명백하게 체감되는 중인데요.

그것은 바로, 질.문.력!! 질문이야말로 '중요한 말하기'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요. 사실 그동안 교육에서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가 없던 것도 아니었으나, 이 시대만큼 더 절실하게 와닿는 때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침!질문이 어렵고, 낯설고, 부담스러운 친구들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은 어떻게 하는 걸까?"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는 신간도서가 출간되어서 반갑더라고요.


<초등 똑똑한 질문법>은 20년 넘게 전현직 교사로서 학생들과 밀접하게 만나온 두 선생님께서 함께 집필하신 책이네요. 아이들이 학습이나 일상생활 중 겪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풍부한 관찰과 소통의 경험을 갖고 계실텐데요. 그래서 초등학생이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구체적인 상황별 예시를 토대로, 상황에 맞는 질문 떠올리는 방법을 쉽고 친근한 문체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그림 작가님의 단정하면서도 귀여운 카툰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도 가독성 좋은 책 같습니다. 


목차를 보면, 크게 6개 장으로 나누어져요. 공부, 창의력, 세상 이해 , 친구관계, 감정, 진로로 주제를 묶어 총 45가지의 상황이 제시됩니다. 

● 1단계 - 만화로 상황을 이해하며 공감하기

어린이 비문학도서에서 만화는 필수요소잖아요. <초등 똑똑한 질문법>도 일상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을 만화로 재미있게 표현했네요. 그림을 통해 속마음, 대화 등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공감도 잘 되고, 독서의 흥미를 높여줄 것 같습니다. 


● 2단계 - 질문이 중요한 까닭을 이해하기

질문이 필요한 까닭과 똑똑한 질문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명글을 읽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고민될 때나, '뭐라고 질문해야 할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차근차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요.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서도 간단한 배경지식을 전달하면서, 궁금증을 확장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저는 책의 이러한 역할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한뼘씩 성장시켜준다고 봐요. 


● 3단계 - 질문을 따라해 보기​

질문 예시를 보여줍니다. 저도 아이들과 독서논술 수업을 할 때  몹시 체감하는데요. 예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내 생각의 물꼬를 열 때 참 큰 차이가 있어요. 평소에 나도 궁금해했던 내용이라면, 예시 질문을 한번 소리 내어 연습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예시를 참고하여 나만의 질문으로 바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보게 도와줍니다. 질문 예시는 4단계 항목 샷과 함께 보여드릴게요.  


​● 4단계 - 실전 팁 익히기

'질문왕의 비밀 TIP'은 질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실전 팁이 제시됩니다. 


●질문노트 & 최고의 질문왕 되기

각 장 마지막에는 '자신 있게 질문하는 법'이나 '질문은 왜 중요한 지' 등 앞서 설명한 내용들을 한번 더 정리해주거나 심화정보를 제공하는데요. 저는 특히 5장 질문노트인 '질문 분석 사이트'에 대한 소개 정보가 참 흥미로웠어요. 


<초등 똑똑한 질문법>은 AI시대 환경에 걸맞는 주제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력을 키워주는 책입니다. 일상 속 작은 호기심을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질문이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질문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게 좋은 예시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책의 설명글을 읽으며  초등 문해력을 키우고,'나라면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해보면서 초등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실용적이고 유익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질문은 아무 질문이든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초등 똑똑한 질문법>. 어린이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초등 3-4학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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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환경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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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협찬


<아홉살 사전> 시리즈를 네 권 모두 쭉-소장해왔는데요. 6년 만에, 이번엔 환경을 주제로 한 <아홉살 환경사전>이 출간되었다니, 정말 반가웠어요. 


<아홉살 환경사전>은 환경을 주제로 하는 글이나 일상 대화에서 사용되는 표현 중 자주 쓰이는 80가지 단어를 추려, 그 의미와 표현, 환경 상식을 담았습니다. 

내지 편집 구성은 기존 <아홉살 사전> 시리즈 구성에서 다소 변경되었어요. 

우선 제시 단어의 폰트가 커져서 눈에 더 잘 들어오고요. 아무래도 왠~지 진지한(?) 명조체보다는 고딕체로 바뀐 본문 텍스트가  좀 더 어린이 정서에 맞게 라이트하고 가독성도 더 좋아 보입니다.

특히 저는 사전적 정의가 단어 바로 아래 위치로 이동하여 반영된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전에는 이상하게 우측 상단으로는 시선이 잘 가지 않아서, 사전적 정의 부분은 거의 읽지 않게 되거든요. 

전체적으로 <아홉살 환경 사전>도 편집이 시원시원 깔끔해서 좋고, 네컷짜리 카툰 형식의 일러스트도 포함되면서 전보다 아이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일러스트가 펼친 면으로 구성된 페이지도 있어요. 꼭 그림책을 보는 것 같네요.


<아홉살 환경 사전>은 단어 설명 외에도 왼쪽 하단에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이 추가되었어요. 그런데, '맑은 날씨 감별사', '물건 역사 탐정'처럼 요러요런 네이밍들이 꽤 귀엽고 재밌는 요소인데, 폰트가 좀 더 컸으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너무 작아 안보여서 하마터면 못읽고 지나칠 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이, 단어를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단어를 넣어 예문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굳이 그런 활동은 없습니다. <아홉살 환경사전>은 학습서가 아닌 교양서로서, 공부라기보다는 먼저 마음으로 와닿게 익히는 과정을 추구하기에 그런 것이겠죠? 



1.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알게 되는 상식


먼저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용어들, 예를 들어, 동물권, 생태계, 멸종되다 등..한자어로 되어 있어서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전문용어(?)들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동물권이라는 단어를 배운 아이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르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으로도 자연스레 확장되지 않을까요? 


저희집 어린이는 '새활용'에 대한 페이지를 읽다가 "왜 재활용이 새활용으로 바뀐 거예요?" 라고 물었어요. 그러다가 다른 페이지에서 '재활용'에 대한 내용을 읽고는 알아서 이해를 하더군요. "아~ 재활용은 쓰임새를 바꾸거나.." 


실은 저도 재활용이나 새활용이나 별 구분없이 생각했었는데요. 덕분에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답니다.^^*

-재활용 : 버려지는 물건의 쓰임새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쓰는 일!

-새활용 : 버려지는 물건에 창의성과 디자인을 더해 새롭게 쓰는 일!



2. 공감으로 이해하는 환경의 중요성


이 책에는 환경에 대한 감정어휘들(감사하다, 걱정하다, 뉘우치다, 안타깝다, 속상하다 등)도 포함하고 있어요. '공감력'은 저절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 능력이라고 하죠. 환경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 주변에서, 공동체에서 보이는 반응들과 태도, 실천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환경 감수성을 키워갈 것입니다. 



​3.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기


앎에서 끝나면 진짜 아는 게 아니라잖아요.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한 단어들(보호하다, 배려하다, 기억하다, 나누다, 존중하다, 협동하다 등)을 담고 있습니다. '가방에 들어간 방아깨비를 꺼내 풀숲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생명을 구하는 위대한 행동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요. 


​저는 특히 '기다리다'라는 단어가 새삼 신선하게 와닿았어요. '환경'과 '기다리다'라는 단어가 연결이 되는 구나!  그러고 보니, 계절이 돌아오기를, 비가 내리기를, 비가 그치기를, 새싹이 돋아나기를.. 인간의 힘으로 거스를 수 있는 것들이 없는데 말입니다. 환경이 자꾸 파괴되어 가는 이유가, 바로 무엇이든 더 빨리 빨리 이루고 싶은 욕망,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여 만들어내는 기술들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되돌아봅니다. 



일상에서 수시로 아이는 단어의 뜻을 물어봅니다. 제딴에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싶지만, 아이디어가 막힐 때가 있어요. <아홉살 환경사전>은 단어에서 시작합니다. 활자로 제시된 단어는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으로 연결되어 아이들 머릿 속에 개념화됩니다. 어휘를 배우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고 편안하지요. 책에 나오는 뜻풀이 예시를 보다보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 지 도움이 되어요. 그런 면에서 5세~10세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 또는 교사들에게도 유익한 책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단어를 나만의 표현방법으로 창조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혀갈 것이고요.


​무엇보다 <아홉살 환경사전>은 아주 중요한 주제인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점점 숲과 흙보다는 스크린이 익숙해지는 아이들, 어울림보다 경쟁의 압박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해 공감하며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시선을 성장시켜주는 책, 

<아홉살 환경사전> 을 아이 앞에 슬며시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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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이수련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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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분리를 행하세요"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서술한, 엄마의 역할 안내서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는 제목이나 표지 일러스트로 보면 여느 친숙한 육아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양육서다. 양육에 관한 지침들, 즉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엄마가 해야할 역할을 알려주는데, 지침만을 전달하기보다 그 이유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수수께끼같이 알쏭달쏭한 맥락을 이해하며 따라가는 과정에서 신선한 느낌표와 더불어 깊은 물음표를 유발하기도 했다. 훌훌 넘겨도 대충 이해되는 양육서가 아니라, 좀 꼼꼼하게 해석해야 내면화가 될 법하다.

4년전 이수련 박사의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책을 통한 사유의 자극이 강렬했었다. 그만큼 이번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신간 소식이 꽤 반가웠다. 책의 결은 전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했던대로 핵심적인 메세지의 방향은 같다. 덕분에 희미해져가는 통찰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어야 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엄마로부터 떠나게 하여 더 큰 세상(사회)으로 안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엄마는 아이에게서 무언가를 박탈해야 하고, 종국에는 박탈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분리 과정의 필요를 납득하고 현명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내서다.


아이를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방법은

엄마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다

만족을 원하는 충동과 사랑을 확인하고픈 아이의 요구는 끝없기 마련이다. 이 악순환을 멈추는 방법은 엄마가 가진 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요술방망이 같던 엄마가 알고보니 '가지 않은 것이 있는 사람(=무언가를 꿈꾸고 바라는 사람)'이고, 엄마가 자신에게 주는 것은 원래 엄마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엄마 역시 사회 문화적인 영향을 받으며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사람)임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아이는 세상에 대한 관심에 눈을 뜨게 된다. 엄마가 주는 것으로 자기의 만족을 채우기를 포기하고 밖에서 대상을 구하는 것이다.

삶이 지속되면서 찾아올 우연한 기회나 놀라움의 순간들을 궁금해하고 바라는 엄마. 자기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 바로 그런 엄마가 가지지 않은 것이 있는 엄마입니다. ···(중략)···그래서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유일한 바로 그 엄마이고, 다른 엄마와 같은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중략)···

아이가 가지지 않은 것이 있기를, 아이가 무언가 결핍된 사람으로 자라기를, 무엇이 올지 아직 모르는 그 자리를 비워 두고 조금씩 채워 가기를 말이지요. 이를 통해 아이가 만남의 기쁨을, 지식이나 일의 보람이며 또 다른 의미를 경험하기를. 살면서 찾아올 어떤 고난이나 역경에서 삶의 또 다른 면모를 찾기를, 그 속에서 사람들과 따뜻한 연대를 누리기를. 그래서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내 아이가 되기를, 유일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엄마의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80p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학생이야'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생애 최초로 만나 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엄마의 '말'을 통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쓰일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환경이 같지 않거나 관심사가 달라도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요. 아이들이 그 시간을 지루하거나 괴롭다고 여기지 않으려면 부모가 먼저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가 세상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이들이 궁금해하면서 질문하겠지요.

"엄마 아빠는 왜 세상에 관심을 갖는 거죠? 거기서 뭘 원하는 거죠?"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찾는 것을 가지려면 나는 누가 되어야 하나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그렇게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세상에서, 사회에서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154p


엄마 너머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찾는 아이를

지지해 줄 토대는

'규칙'의 안내와 '금지'

아이들의 성장에서 금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해한 대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지만, 아이로하여금 '자신이 모른다'는 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금지는 매우 일찍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 최초의 금지는 몸의 만족(성)에 대한 금지다. 그 시작은 금지의 공간을 아는 일이다. 밤 시간 동안 부모 방의 출입은 금지되어야 하는 곳이고, 다시 말해 엄마와 아이가 잠자리를 공유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같다. 성인의 성을 금지한다는 명목하에 아이에게 금지되는 건 현재의 엄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이미 몸의 만족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품에 안기거나 몸을 만지면서 얻는 따뜻한 존재감과 사랑받는 느낌 같은 기억까지 상실해야 한다. 유아기에 몸이 만족을 취하는 방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취해야 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유아기 몸의 만족은 몸의 특정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얻어지는데 성인이 되어 타인을 사랑하고 욕망하며 인간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루어 내는 몸의 만족과는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한다.

만약 유아기적 만족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는 유아기 성을 즐기는 상태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는 자기가 이전에 알았던 만족의 경험을 잃어야 합니다. 그래야 몸의 만족과 성에 관해 모른다는 입장이 되겠지요. 성인의 성은 각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몸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지식과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배워서 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성이 사회화되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지요.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204p

8장 '금지에서 배움으로' 장에서는 아이는 유아기 동안 분리 작업을 거치며 사춘기 이전까지 몸의 만족에 관해 모르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좀 헷갈린다. 많은 양육서가 정서의 안정을 위해 아이와의 스킨십을 강조하지 않던가? 이 논리라면, 친밀한 스킨십의 경험과 만족을 많이 경험하고 자란 아이라면, 유아기적 만족을 추구하는 성충동이 더 심하다는 건가? 수면분리를 할 수 없이 단칸방 삶을 살아온 수많은 과거의 세대들은 어른의 성의식을 갖지 못한 채 성적 인간이 된다는 건데, 실제로 그러한가? 그렇다면 일찍부터 수면분리를 행하는 서구(특히 프랑스)에서는 일절 성적일탈이 벌어지지 않는가? 나의 해독이 부족해서일까, 성인의 성은 삶의 의미, 타인과의 관계, 세상의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유아적 성의 만족이 그러한 성인의 성을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는 논리(?)가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 방을 만들어주는 시기를 좀 당겨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전히 모호함이 남는다. 이 파트 경우는 저자의 메세지를 명확히 전달하기에는 분량이나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좀 더 이해를 보완시켜주는 추가적인 독서(특히 '라캉'과 관련된 책?)를 해야 할 것 같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후텁지근한 시간, 몇번씩 곰씹어 읽으며 이해하느라 낑낑댄 수고가 있었던 만큼 인상적인 육아서다. 이 책이 분리를 강조하는 건, 아이와 당장 정을 떼라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제목 그대로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란 아이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아이에게 엄마도 결핍과 욕망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엄마 너머의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해나갈 수 있는 능력, 그래서 스스로 온전히 자립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엄마의 레이더를 엄마 자신의 삶으로 돌릴 수 있게 하고, 먼저 세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면서 성숙한 부모의식을 심어주는 의미있는 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나와 남편이 직접 지은 내 아이 이름은 "기둥이 완전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주체적으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이름은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이상향에 가장 가깝고, 마음에 든다. 아이에게도 이름의 의미를 말해주곤 한다. 그래서 책의 이 마지막 문장은 읽고 또 읽어도 코끝이 찡하다. 하지만, 슬픈 건 아니다. 그게 진짜 엄마의 행복이란 걸 아니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엄마의 사랑을 실행하여 시간이 흐른 미래의 어느 날,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가 나를 사랑했구나." "당신이 내 엄마였구나"를 아이가 믿고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과거가 된 엄마의 사랑은 아이의 미래를 함께하게 되지요.

<엄마보다 큰 세상을 너에게 줄게> 234p~235p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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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는 고슴도치 - 2024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재발견생활 지음 / 훨훨나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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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아든 순간, 만듦새가 미니 그림책 같았습니다. 세로길이가 한뼘보다 약간 길 뿐인 작은 판형인데, 하드커버 양장본과 도톰한 내지의 물성으로 품질 좋은 그림책 느낌을 선사하고요. 그림만으로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그림책과 동화책 사이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어린이책이었습니다.

특히, 왼쪽 페이지에는 일러스트, 오른쪽 페이지에는 글이 배치되는 구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적용된 것이 특징입니다. 서른 번의 펼친 면마다 깔끔하고 담백한 톤의 일러스트도 눈에 잘 들어보고, 적절한 분량으로 나눠진 글도 눈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실제로 초등2학년 저희집 어린이와 잠자리 책으로 함께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책장을 넘기며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고슴도치 캐릭터도 귀엽고, 그림을 해석(ex. 큰고니의 등에 있는 게 뭐지??)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고슴도치는 숲속 마을 체육대회를 앞두고, 등에 난 가시만큼 걱정이 많습니다. 자신의 가늘고 짧은 팔다리를 보면 도통 자신이 없었지요. 하얗고 보드라운 털을 가진 큰고니의 다정한 응원을 받으니, 더 부끄러워졌어요. 달리기 대회에서 고슴도치는 매일 연습한 대로 심장이 터질 듯 달렸지만, 올해도 꼴찌입니다.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족제비 패거리들의 괴롭힘까지 당하네요.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한참 쏟고 정신을 차린 고슴도치는 그때, 자신의 가슴에서 반짝거리는 별을 발견하게 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큰고니를 다시 만나요. 큰고니는 먹이찾기 경쟁에서 탈락해 상심이 큰 상태였어요. 고슴도치는 큰고니의 가슴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걸 봅니다. 자신의 등에서 가시 하나를 뽑아 조심스레 고니에게 다가가는 고슴도치.. 이제, 고슴도치는 자신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발견했나 봅니다.

고슴도치는 등에서 가시를 하나 뽑았어요.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늘 등 뒤에 얹은 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가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가슴 아팠던 기억이 하나 둘 떠올랐지요. 자기를 보호하는 데 썼던 가시를 이제는 큰고니를 위해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시는 고슴도치의 마음을 아는 듯 은은하게 반짝거렸습니다.

<바느질하는 고슴소치> 43p



먹이 찾기 경쟁은 힘들지만, 춤 추는 것은 정말 자신 있는 큰고니.

달리기는 만년 꼴찌이지만, 자신의 바늘로 다른 이들의 다친 별을 꿰매어줄 수 있는 고슴도치.


달리기를 가장 잘 하는 재능도, 먹이를 빠르게 찾는 재능도 모두 훌륭한 재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거기서 1등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느질하는 고슴도치>는 누구나 가슴에 반짝이는 별을 품고 있다는 걸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별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세상의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기준의 경쟁 속에서 금이 가고, 부서질 때가 있어요. 별이 있는지조차 깨닫기도 전에요. 오직 내 아이가(또는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기준으로 두고 거기에 매몰될 때, 웃음을 잃지 않기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나에 대한 실망과 좌절 더 나아가 분노와 슬픔에 빠졌을 때,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볼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내가 물에 빠졌었구나. 이 물이라도 마셔야겠어." 고슴도치가 펑펑 울고 난 후 꺼낸 이 대사가, 우리를 도와줄 결정적인 힌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련하게 감정을 꺼내고 난 후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왜 꼭 그래야 하는 거지?' '이렇게 계속 쭈그러져 우울해한다고 달라지는 게 뭘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비로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진심으로 더 잘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밤이면 더 반짝이는 고슴도치의 공방처럼 나의 아이디어 공방을 가동시켜보는 겁니다.


고슴도치 덕분에 눈부시게 빛나는 별을 다시 가슴에 채워 넣은 큰고니는 푸른 광채를 되찾고 날아갑니다. 저는 이 책에서 특히 고슴도치의 재능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재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감응하면서 치유와 성장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어린이책 작가들이 이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유치원생만 되어도 스스로 알아요. 누가 줄넘기를 나보다 잘 하는지, 누가 그림을 나보다 잘 그리는지. 본격적으로 경쟁의 세계에 입문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어린이의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미리 미리 다정하게 붙들어 꿰어놓아줄" <바느질하는 고슴도치>를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혹여 시도하는 용기와 과정의 노력보다 우열만 따지는 비교에의 노출에서, 어린이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우리 부모 자신의 마음부터 잘 웅크려 '보호' 해 보자구요. 분명 우리의 손 안에도 '다용도 가시'가 있습니다.


그때야 고슴도치는 알게 되었지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가 아니라 바느질이라는 걸 말이에요.

<바느질하는 고슴도치>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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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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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자리수 받아내림 받아올림 덧셈 뺄셈 문제 20개 만들어줘."

몇주전 <기적의 계산법> 문제집 장수가 바닥났길래 노션 창을 열고 AI에게 요청해봤더니, 순식간에 엄마표(?) 연산학습지가 만들어졌다. 번거롭게 시간 들여 숫자를 조합하는 작업도, 비용을 들여 추가적으로 문제집을 더 살 필요도 없었다. 이뿐인가. 빅스비는 이미 가족 같은 백과사전 비서이고, 파파고 앱은 아이의 영어회화 연습도구로 최고다.

하...정말 세상 좋아졌다'고 감탄하며 시대흐름을 간신히 따라가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좀 버겁고 두렵다. 이러다간 일부를 제외하고, 나 포함 나머지 인간 대부분 손가락 빨며 굶어갈 처지가 암담해 기술개발 좀 그만 했으면 싶기도 했다. 하지만 <AI 사피엔스>를 읽으며 내가 AI쇄국주의자 기성세대로 늙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등골이 서늘했다.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두께감 압박이 무색하게 긴장감으로 몰입시키는 책이었다.


20만 베스트셀러 <포노 사피엔스> 저자 성균관대 최재붕 부총장의 5년 만의 역작 <AI 사피엔스>가 출간되었다. <포노 사피엔스>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전작인 <체인지 9>(2020)를 워낙 흥미진진하고 임펙트하게 읽은 바 있다. 공학자로서 국내 최고의 4차 산업혁명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최재붕 교수가 정리한 내용의 전문성은 더 의심할 필요가 없다. <AI 사피엔스>는 주제가 주제인만큼 전작 <포노 사피엔스>(2019)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2022)에서 언급한 내용도 포함할 수밖에 없기에 이 한 권이면 15년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독서시간의 경제성(?)도 있다.

<AI 사피엔스> AI를 통해 천지개벽급 신문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150년전 조선은 1차 산업혁명 당시 유럽 중심 세계관을 배척하는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다 1910년 결국 멸망했다. 이에 빗대어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AI 문명의 식민국이 될 것인가, 주권국이 될 것인가, 이 기로에서 부지런히 현실을 체감(파악)하면서 새 문명 AI 사피언스 시대를 대비하시라고,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당부하며 각성시켜주는 '미래준비 설명서'다.


책은 크게 6개의 Part으로 나누어진다.

Part1.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로 달려가는 인류

Part2. 디지털 신대륙의 주인공 'AI사피엔스'의 세계관

Part3. AI를 만난 메타, 사상 초유의 거대한 신시장을 열다

Part4. 메타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산업이 빠르게 변신 중

Part5. 시장의 성공법칙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팬덤경제

Part6. 전 세계를 홀린 K-팬덤, 휴머니티로 미래를 디자인하라

Part 1&2에서는 AI 시대의 근본적 변화 요인과 특징(세계관)을 알려준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메타, 테슬라,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행보와 최신 기술 트렌드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Part 3&4에서는 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의 비즈니스 모델인 '메타 인더스트리'의 탄생과 마케팅, 유통, 자동차, 전자, 건설, 교육, 법률, 행정, 콘텐츠, 의료 분야 등 전 산업을 아우르며 변화 양상과 전망을 서술한다.

Part 5&6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팬덤경제를 다룬다. K-팬덤의 요인을 한국의 문화유산인 '공감력'으로 해석한다.


<AI 사피엔스>를 통해, AI 문명에 대한 현실적인 당위성과 미래과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AI 활용은 필연적이 될 것이고, AI 활용능력의 우열이 개인의 부귀영화를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전세계 자본과 인재를 빨아들이며 주권국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이 시대, 한국은 어디쯤에 와 있는 걸까.

천만다행히, 한국은 생성형 AI 개발에 관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 나라다. AI 산업의 핵심 하드웨어인 반도체 생태계와, 네이버&카카오같은 독자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확보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인 AI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말이다(* 최재붕 교수는 플랫폼들을 '약탈적 자본'으로 바라보는 건 구시대적 이념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이것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해야할만큼' 한국이 가진 국가적 자산이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노하우와 데이터량은 이 기반이 약한 유럽, 일본은 따라올래야 따라올 수 없는 갭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적 팬덤까지 보유한 한국은 AI문명에서 아주 유리한 가능성을 가졌다.

문제는 더 이상 베낄 롤모델이 없는 지경의 선진국 한국임에도, 새 문명을 마주한 우리의 마인드는 '개도국'의 관성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일례로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 코인이나 NFT발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들었는데, 사실 나부터도 돌아본다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보수적인 관성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80년생인 내가 MZ세대의 아주 턱걸이로 붙어있는 끝물(?)세대라는 걸 감안한다 치고, 알파세대이자 진정한 'AI 사피엔스'라고 하는 16년생 내 아이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환경을 구축하고, 자유롭고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복잡하고 절박하게 다가온다. '게임산업이야말로 결코 포기해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메타 인더스트리의 대표 주자'라는 저자의 설명에 수긍이 갔으니, 말 다한거다.


AI시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동력은 ‘구독과 좋아요’다. 메타 세상은 거대한 자본과 조직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글로벌 인기를 누릴 수 있게 한다.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가득하고, 롤모델은 국경도 없다. '좋은 경험'을 디자인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전문적인 실력(AI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포함)과 팬덤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도 기회가 열린 시대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가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그게 가능한 세상인 셈이다.

직접 찍으러 다니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AI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본질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에 달려있다(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전문용어도 있다고 한다 *0*). 그러니,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세계관은 '그게 말이 돼?'대신, '해야만 한다면, 끝장나게 더 잘해보자'하는 오기와 '이런 것도 해볼까?'하는 담대한 도전정신일 것이다. 책에서 인용한 이어령 교수의 말씀대로, "썰물의 시대"가 지나면 "갯벌"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듯이, 최재붕 교수는 반복적으로 한국의 가능성과 기회를 강조한다. 나는 이 책에 절절하게 담긴 '긍정적 전망'을 믿고 싶다.

<AI 사피엔스>의 분량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비슷하다. 당시 나는 <사피엔스>를 읽으며 과거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의 실체에 대해 깨달았었다. 충격적이고 우울한 마음까지 들었던 독서였지만, 그때 얻은 인사이트는 충분히 가치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금이라도 생각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AI 사피엔스>를 탐독해야할 시간을 더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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