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불현듯 아무 이유도 없이 이대로 이별일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설핏 떠올랐다.
언제나 그의 얼굴에 덮여 있던 가면 같은 평온함이 찢어졌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것은 뜻밖에도 후련함과 광기였다.
평범한 사람이 보내는 일생은 일순간이다. 고통도 기쁨도 기껏해야 몇십 년이다. 몸뚱이가 겪어낼 수 있는 고통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인간은 종종 고통이란 걸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해탈해 버리곤 했다.
잠깐 기다려. 안돼…. 가지 마.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창가에 홀연 한 줄기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미풍이 창가에 기댄 그 뒷모습의 옷자락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자 옷소매가 한들한들 흔들렸다. 이렇게 움직임이 생긴 순간, 조각상 같던 남자는 갑자기 ‘살아난’ 듯했다.
쉬엔지의 심장이 별안간 쿵 하고 떨렸다. 다른 차원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꿈속에서 이런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무서운 건 관 속에 시체가 아닌 다른 것이 들어 있을 경우다.
그러나 개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바람을 벗어날 수는 없다. 얼음의 갈라진 틈은 금세 메워졌다
"소위 ‘제’라는 것은 일종의 매매 계약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제를 지낼 때는 네 가지 요소가 들어가는데, 각각 ‘제물’, ‘제사 책임자’, ‘중간다리’, ‘제문’입니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은 마치 발톱 아래의 작은 새를 쳐다보는 늙은 고양이 같았다.
일반인에게 이공국을 맡아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특능인 무리를 관리하라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아니겠는가?
"예를 거두고 일어나거라. 제문은 나를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게 했으니, 당연히 나를 구속하고 있을 것이다. 간신히 햇빛 속으로 나왔는데 구태여 내 손으로 일을 망칠 필요가 있겠느냐? 평범한 인간의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제사에 바칠 ‘산 제물’은 반드시 비명횡사해야 한다. 배후의 살인자가 한 곳에만 계속 머무르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단은 저주나 독극물, 혹은 기생(寄生)이다.
이토록 무력하게 천천히 죽어가는 일보다 훨씬 절망적인 건, 주변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하고, 저도 모르게 어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학교, 직장, 사회에 녹아든다.
만약 정말로 이 나비가 원인이라면, 천 명이나 되는 산 제물 가운데 놀랍게도 어떤 엄마 한 사람만이 이상을 느낀 것이다.
다들 이제 아들이 철든 거라고, 그게 ‘정상’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불안했다. 그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은 삶의 일부를 아이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히스테릭한 어머니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나 말이냐? 나는 아마 인간들의 망념이겠지…. 생전의 일은 너무 까마득해서 기억나지 않는구나." 여기까지 말한 그는, 얼굴에 새겨진 것 같던 웃음기를 지웠다.
법진은 공간의 일부를 접어 더 높은 차원으로 만들고, 무한히 순환하고 확장하며 대마두를 그 안에 가둬 놓았다.
인마의 강림은 천재지변에 필적한다. 병원 주변을 지키던 현지 외근팀도, 이공국 비장의 카드인 특수부대도, 이 힘 앞에서는 그저 한낱 개미로 전락해 버렸다.
사람을 전율하게 만드는 살기와 함께 느껴지는 그 향은 의외로 깨끗하고, 온화하고, 또 고귀했다.
한순간, 한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무릎을 꿇은 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둘은 서로 의아해하면서 동시에 어떤 묘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그들 사이에 무언가 은밀하고도… 거스를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은.
"선후과의 그림자가 너무 짙구나."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샤오정은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작은 사랑에서 큰 사랑으로 발전했고, ‘가정을 위하는’ 마음이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전했다. 이런 긍정 에너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기이하게도, 전신이 제문에 뒤덮인 채 밤바람의 꼭대기에 냉랭하게 서 있는 비춘셩은 그런 보편적인 묘사와는 분명한 선을 그은 것처럼 보였다
오직 피를 뚝뚝 흘리며 자신을 찢어발기는 순간에만, 사람들은 비로소 깜짝 놀라 저 소도구 같은 겉가죽 안에도 애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게 아닐까.
그게 정말로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암암리에 그의 앞길을 지켜준 걸까?
그녀가 마음속으로 억누르기 힘든 생각 하나에 계속 얽매일 때, 이 특능이 그녀의 편집증과 착란 증세를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그리하여 수많은 환상이 깨지고, 피해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이렇게 발생한 거대한 원망이 음침제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이 지하 불지옥은 대체 몇 층이나 있는 것일까? 몇 층까지 떨어져야 지하를 배회하는 악귀에게 그 목소리가 들릴까?
환몽과도 같은 덧없는 인생. 인간이든 나비든 어느 한쪽이 더 진실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쉬엔지는 당시의 ‘신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기령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알고 있었다.
비록 삶에 어떤 기쁨이 있고 어떤 미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령들은 뜻밖에도 계속 살아가기를 바랐
그들은 막다른 끝에 이르러서야 신중하게 자신의 종착점을 선택했고, 무척 정중한 태도로 인간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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