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적… 없는데."잊었을 리가. 그 말 하나 듣자고 그 먼 길을 돌아왔는데. 다만, 세현은 그가 가진 애정과 자신이 가진 애정의 결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온기를 통해 전해져오는 기억은 무수했다. 스쳐지나가던 장면은 곧 희끄무레한 잔상을 비췄다.
너희 후진들은 태평한 나날에 익숙해져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
검령은 성령연과 서로 목숨처럼 의지했으며, 성령연의 약점이기도 했다. 검령은 그를 대신해 털끝만큼도 드러낼 수 없는 연약함을 발산했고, 감히 누릴 수 없는 천진함을 대신 누렸다.
묘삼은 나무를 조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진십칠은 피리 부는 법을 가르쳤으며, 미이는 훈 부는 법을 가르쳤고, 자초는 동남 지역의 민요를 가르쳐주었다…. 한 사람이 한 번씩 새긴 흔적이 그를 인황으로 만들어냈다.
성령연은 악몽을 참을 수 있었지만 어린 검령은 설움을 견디지 못하고 깜짝 놀라 깨어나서는 대성통곡을 했다. 그는 울음소리로 성령연을 악몽 속에서 강제로 꺼내어 자기를 달래게 만들었다
그러나 때로는 매우 강인해서, 버팀목을 하나 주면 바위틈 사이의 작은 풀처럼 발버둥 치며 새싹을 틔울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