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아이
크리스티안 화이트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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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나는 지금의 가족에게 납치되었다! 추리 스릴러 장르소설책 좋아하는 분은 솔깃한 신간도서가 아닐까 싶다. 나역시 보자마자 냉큼 꼽혔으니 말이다. 일단 이 책이 스릴러 독자에게 '숨막히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품에 데뷔작으로 가장 빠른 판매기록을 세운 화제작이라고 해서 더 기대가 됐더랬다. 특히나 너무 오랜만에 눈에 띄는 소설책을 접해서 넘 설렜는데 '납치'라는 소재가 사실 엄청 신선하거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무언가 홀리는 매력 발산에 심쿵했더랬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표지와 소개글만 봐도 취향 저격이라 어떤 반전과 트릭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초스피드로 후딱 읽어버렸다. 긴장감과 스릴감을 더해 몰입도가 아주 굳뜨였으니!


주인공 노샘프턴 전문대 사진학과 교수인 킴벌리 리미라는 여성에게 자칭 탐정 소설 애독가에 회계사라는 제임스 핀이라는 한 남자가 찾아온다. 누군지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킴의 인생에 불쑥 나타나 본적도 기억에도 없는 아주 옛날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켄터키 주 맨슨 작은 마을 자기 집에서 갑자기 사라진 두 살배기 어린 여자아이 새미 웬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었다. 킴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제임스는 그 아이가 바로 킴 자신이라고 말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아 큰 충격을 받은 킴, 처음엔 부정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는 무언가가 있었고 확인하기 위해 여동생 에이미 집을 찾는다.


어릴 적 찍은 사진앨범을 찾아 자신과 새미가 아주 많이 닮았음을 깨닫게 되는 킴벌리. 진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 않을까? 너무 혼란스러워 머릿속이 복잡한 킴에게 어떤 막장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껏 숨겨진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실종된 새미는 과연 누가 납치를 했을까? 킴은 누구일까? 한결같은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밝고 부족함 없이 자란 킴벌리. 불행하게도 엄마는 몇 년 전 암으로 돌아가셔서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고, 아빠는 킴이 모르는 진실을 아는 듯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답답하기만 했다. 진짜 나를 찾을 것인지 아님 내 가족을 지킬 것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되는 킴벌리.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하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은 점점 더 배가 되었다. 평범한 삶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 평생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는 킴의 운명은 그럼에도 해피엔딩일까? 어떤 결정을 하더라고 후회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말리지도 부추길 수도 없는 3자 입장이라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킴이 아빠의 충고대로 없던 일로 치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갔다면 더 이상 스토리는 이어지지 않았을 터, 큰 결심을 한 킴은 결정적 증거가 보고 싶어서 제임스에게 연락하고 좌초지종 얘기를 듣게 된다. 제임스가 친오빠라는 사실까지. 그리고 태에나 처음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출생의 비밀과 진실의 발자취를 뒤쫓는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연결고리 속 숨은 뒷얘기가 정말 어마어마했더랬다. 새미의 가족과 킴의 가족들, 그리고 주변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완전 콩가루 집안에 이런 막장이 또 있을까 싶었고, 보는 내내 기가 차고 소름 끼쳐서 무섭기까지 했더랬다.



범죄자들의 질주에 화가 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모두를 용의자로 의심하며 누가 범일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늘 그렇듯 범인은 늘 주변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과 책 표지만 유심히 봐도 알 수 있는 강력한 힌트.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도 당하는 추리 스릴러 장편소설만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줄거리와 반전 스토리를 발설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직접 읽어보실 독자들을 위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나. 내 맘을 누가 알까? 꿀잼이니 이런 배려를 하는 거임. 투자한 시간이 1도 아깝지 않을 테니 직접 꼭 만나 보시라.


종교와 믿음, 사랑과 배신, 새빨간 거짓말과 위선덩어리들, 자기 합리화와 비겁한 변명들의 총집합. 경멸과 증오 그리고 납득과 수긍을 떠나 이 모든 것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의사도 묻지 않고 자신들의 욕망과 욕심으로 망가뜨리고 무너뜨려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의 징조였고 시작에 불과했다. 죄의식 없는 뻔뻔한 강심장들, 사람의 탈을 쓴 괴물들의 진짜 민낯..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퍼즐 조각과 후반부로 진입할수록 거듭 반복되는 엄청난 반전에 입이 떡 벌어졌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후련하면서도 찜찜하고 씁쓸한 기분. 행복과 불행 중 선택의 기로에 선 킴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피를 나눈 가족과 마음으로 통하는 끈끈한 가족애, 감당하기 버거운 그들의 죄와 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목격하면서 스스로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궁금증이 독이 되어 때론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구나 싶었던.. 책을 덮으면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어린아이 납치 사건이 소설이어서 다행이었고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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