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북 : 밤의 이야기꾼
J. A. 화이트 지음,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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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심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판타지 소설책! 주인공 어린 소년 알렉스가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냉큼 펼쳐보았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홀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온 알렉스는 겁도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향한다. 이곳은 평소 알렉스가 아파트 건물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으스스하고 기인한 느낌이 들어서 즐겨 찾는 장소였다.

 

그런데 내려가던 도중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게 되고, 알렉스가 도착한 곳은 아파트 지상 4층이었다. 고장이 났는지 전혀 움직이질 않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계단으로 향하려던 알렉스는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이끌려 그 집 앞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영화 속 주인공 목소리 때문이었는데 알렉스를 오싹한 세계에 눈의 뜨게 해준 아주 특별한 영화였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봤기에 대사와 장면까지 줄줄 외우면서도 그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홀린 듯 문을 두드리고 만다. 왜 집을 나왔는지는 까맣게 잊고서.

 

그렇게 현관문이 열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알렉스처럼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겠지 생각했는데, 그곳은 진짜 마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깜짝 놀라고 만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알 수 없을뿐더러,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마법이 걸린 공간에 알렉스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영영 갇히고 만다. 쌍둥이같이 똑같은 방, 미로 같은 낯선 집에서 알렉스는 오늘 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탈출 방법을 골똘히 고민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존재 때문에 결국 혼자선 무리라는 걸 깨닫게 되고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평소 겁이 많고 용감하지 못했던 알렉스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공포에 떨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집에 또 다른 수감자가 있었고, 야스민이라는 어린 소녀가 마녀 나타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귀띔해준다.

 

사실, 알렉스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좀비나 유령, 무섭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 등을 좋아해서 이상하다며 놀림당하는 게 싫어 평범한 친구들처럼 지내기 위해서 큰 결심을 했고, 그동안 악몽을 꾸고 이야기를 쓴 나이트북을 버리려 집을 나왔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녀 나타샤에게 매일 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알렉스. 마녀의 집에 있던 동화, 고전 공포소설 등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도서관 작업실에서 더 색다르고 더 무서운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써서 나타샤를 즐겁게 해야 되는데 이상하게 쓰고 싶지도, 집중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나이트북에 써진 얘기를 들려주면서 탈출 궁리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들춘 책에서 다른 감금된 아이가 쓴 글을 찾게 되고, 분명 탈출할 수 있는 찬스와 힌트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감시자의 눈을 피해 수수께끼 같던 야스민과 힘을 모은다. 하지만 야스민을 도우려다 나이트북 이야기 책이 갈기갈기 다 찢어져 사라지게 되고 더 이상 나타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졌단 걸 알게 됐을 땐 진짜 큰일 났구나 싶어 내 맘도 조마조마해서 가슴이 마구마구 쿵쾅쿵쾅 뛰었더랬다. 그만큼 술술 읽히지만 예상을 비껴가며 긴장감의 연속이던 반전 스토리가 끝까지 지속되니 몰입도가 최고였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느 순간 각자의 가슴 속 비밀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 두 사람. 무뚝뚝하고 차갑게 행동하며 거리를 두려고만 했던 야스민에겐 말 못할 아픈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더라는. 그래서 더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동화든 소설이든 마녀는 다 똑같은 마녀구나 싶었고, 착한 마녀는 없다는 진실이 야속했으니. 책 속에 알렉스가 들려주던 나이트북에 써진 무서운 이야기들은 미완성에 짧은 글귀들이었지만 진짜 그럴싸했고, 오히려 좀 더 길게 들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들 정도로 재밌었다. 마녀와 그녀의 종이었던 고양이가 투명으로 변하고 마음대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마법 레시피에 사용되는 식물, 뼈 열쇠, 캐비닛에 진열된 동상, 헨젤과 그레텔 등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한가득 등장해서 정신없이 푹 빠져 읽은 요 책.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이 나이에 아직 소녀 감성이 남아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읽어도 전혀 시시하거나 유치하지 않았다는 사실. 진짜 마녀의 실체와 마법이 걸린 공간을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졌을 때 그 짜릿함과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생각났던 조카들도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빨리 전해줘야겠다. 아! 이 책이 넷플릭스 영화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넘 잼있게 읽어서 빨리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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