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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이의 숙제 ㅣ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평점 :
아이들의 시선에서 1970년도는 어떻게 기억이 될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 역사정도로만 1970년도를 기억하지 않을까요?
1980년대에 태어난 저에게도 1970년은 왠지 오래 된 옛 이야기 같습니다.
아이랑 읽어 본 이번 책은 1970년도를 배경의 이야기 입니다.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그 시절의 우리의 삶. 마음. 꿈.
글밥은 적은 편이 아니여서 아이랑 3일에 걸쳐 나눠 읽었어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리고 아이시선에서는 너무도 흥미가 있어서 매일 읽고 싶어했고, 읽은 뒤에 그 때의 시대이야기를 같이 나누곤 했어요. 저도 신림동에서 태어나서 지금도 부모님은 신림동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더 마음이 갔던 책이였어요.
살아 본 사람만이 아는 신림동의 그 향수..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었던 1970년도 그 시절에 명숙이는 새엄마가 낳은 동생과 함께 살게 됩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다니는 아버지, 매일 시장가서 일하고 늦게 돌아오시는 새엄마, 그리고 이제 갓 태어난 동생.
명숙이에게는 피는 다르지만 동생 진주가 소중합니다.
하지만 명숙이에게는 학교도 너무도 소중합니다.
어려운 환경때문에 학교를 다니가 결국 그만두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러 간 언니 생각을 하면 명숙이는 더욱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새엄마는 관심이 없고, 아버지는 학교에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명숙이는 학교를 갑니다.
며칠만에 나온 명숙이에게 선생님은 명숙이 이름을 한자로 써주며 뜻을 알아오라고 숙제를 내주십니다.
숙제를 하기 위해선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얼굴보기가 너무도 힘듭니다.
그러다 예전에 훈장을 하셨다는 동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이름의 뜻을 처음 알게됩니다.
"밝을 명.맑을 숙" 명숙이는 이 숙제를 선생님께 보여주고 말하고 싶었다.
"제 이름에 해와 달과 우물이 함께 살고 있다는 걸요. 엄청 신기했어요."
그러던 중 몸이 아팠던 새엄마는 진주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끼니 걱정을 하던 시절이라 학교 가는 건 상상도 못 했던 그 시절..
명숙이는 학교에 다시 가려고 하였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집을 나가려 하시고 혼자 집에 남은 갓난아기 진주만 남겨두고 학교 가는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도 명숙이가 한 숙제를 선생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진주허리를 천으로 묶어두고 양손에 장난감과 밥풀과자 하나를 쥐어주고 학교로 뛰어갑니다.
뛰어가고 뛰어가고.. 학교가는 길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뒤에서 진주 울음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계속 달리고 달려 학교 교문 빗장까지 열었지만, 진주의 울음소리는 더더욱 선명하게 들립니다.
명숙이는 뒤를 돌아 다시 집으로 뛰어갑니다. 진주에게로.. 명숙이밖에 모르는 진주에게로 달려갑니다.
지금은 학교에 갈 수 없지만 언젠간 갈 것이라고 명숙이는 다짐합니다.
이야기는 유순희 작가님의 언니 이야기 입니다.
아마 어린 진주가 유순희 작가님이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작가님의 언니는 어른이 되어 학교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밤마다 한문을 쓰고, 그 의미를 깨달으며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아직 다 하지 못한 숙제를 펼쳐 놓고 고민한다네요.
아마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깊은 숨소리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아마 저에게 너무도 크게 다가온 책인 것 같아요.
아이도 언젠가 이 이야기를 공감하는 그리고 함께 공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