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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ㅣ 담쟁이 문고
김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김연, [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실천문학사, 2009.
소설인가? 하고 몇 번이나 표지를 살펴봤던 책이다. 작가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타협하자면 자서전적 소설정도. 작가 자신도 후기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오래전부터 딸과 둘이 이 첩첩산중에서 살아낸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자신의 삶을 그려낸 것이기에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 가장 빨리 완성했고,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많이 웃었’던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중 인물인 ‘엄마’는 작가이고, 공부도 잘해서 Y대학교 영문과를 나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작가의 이력과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작가이고,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나왔고, 엄마이며, 딸도 있다는 사실. 자전적 소설이아니라고 생각하려야 아닐 수가 없는 듯 하다. 그런데 자전적 소설이라고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삶의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지고, 이로 인해 더욱 묵직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니깐 말이다. 시인 박상률은 ‘소설가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소설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이야기만 쓴다. 여기 소설가 김연이 그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았다’는 평을 한 바 있다. 시골 생활을 하며 살아낸 10년 세월의 풍요롭고도 위대했던 시절을 천방지축한 엄마와 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른스러운 중학생 딸을 통해 흥미롭게 그려낸 것이다. 딸_목련이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엄마 연(이름까지 작가와 같다)의 삶은 위태롭고도 전혀 합당하지 않은 방향으로 치우쳐보인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얼토당토하지 않은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엄마도 그 사실을 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모르고 있고 나중에 곰곰이 곱씹어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서른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어른스러운 목련의 눈으로 보여지고 묘사되는 연의 삶은 작가 자신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자로서 느끼는 바는 이 작품이 작가와 등장인물이 동일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그녀에게는 자기 치유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은 생겼다. 이는 다분히 개인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책 띠지의 주의처럼 13세 이상 소녀와 딸이 있는 엄마 뿐만 아니라 자의식, 성, 우정 등에 대한 고민을 해 본 모든 독자에게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