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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대생 ㅣ 뉴 무브먼트 문학선 2
정수인 지음 / 새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정수인, [탈북여대생], 새움, 2009.
대단히 사실성이 높은 작품이다. 소설을 정의함에 있어 개연성 있는 허구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이 작품은 허구는 소설이기 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이전의 작품 중에서도 북한을 배경으로, 탈북자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은 많기는 하다. 북한어가 생생하게 쓰였다는 점과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핍진하고 개연성있다는 점이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대사들을 읽다보면 지면에 적혀있는 글이지만 생생하게 목소리의 색과 느낌 등이 묻어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실제 대화를 녹취했다가 적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의 이력을 참고로 살펴보면, 작가가 실제로 이 작품을 위해 중국과 연변 등에서 다년간의 생활을 했었다는 이력을 찾아낼 수 있기에 이 작품이 마치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있는 작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중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탈북여대생]과 [여우]가 그것이다. 자신이 만난 여성들에 대한 중년 남자의 담담한 기록인 [여우], 그리고 표제작인 [탈북여대생]. [탈북여대생]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탈북여대생]이 더 마음에 들었다. 설화라는 이름을 가진 김일성대학 출신의 여대생이 겪는 고초를 담담하면서도 핍진하게 그려내어 독자인 나의 심금을 강하게 울린 작품이다. 사람 장사꾼이라는 인신매매범들에게 몇 번이나 팔리면서 고초를 겪은 설화의 이야기를 대화, 녹취,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어려운 실상, 비인간적인 그들의 만행, 그리고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찾아 탈북했다는 설화의 이중적인 태도와 이를 비판하며 현실을 직시하라는 꾸짖음에는 안타까움까지 뭍어나는 다분히 인간적인 작품이다. 우리와 한민족이면서도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북한에 대해 한번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