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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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프리트 A. 뷔르거, 염정용 역, 『허풍선이 남작 뮌히 하우젠』, 인디북, 2010.

 

 

이 작품! 반은 뻥이고 반은 허풍이다. 뮌히 하우젠. 도대체 이 양반은 뭐하는 사람일까? 자신만큼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없다고 너무나 자신있게 들이대는 그에게 오히려 믿음이 가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대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허풍선이들을 싫어하고 멀리한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말을 분별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며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실소를 뛰어넘어, 진정 재미있고 귀염성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이 작품이 실제 남작 뮌히 하우젠의 이야기를 거짓말 조금, 정말 조금만 보태서 씌어졌다고는 하지만 역사상의 실존 인물 뮌히 하우젠은 딱히 허풍선이는 아니었나보다. 모험과 탐험. 여행과 사냥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이것이 구전되어가는 과정에서 흥미성을 높여주는 요소들이 붙은 것이라고 예측해본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허풍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달에 다녀오는 것은 이웃 마을 가는 것처럼 쉽고, 달에 사는 기이한 생명체 이야기, 사냥가서 사슴과 마주쳤으나 총알이 없어서 버찌씨를 대신 쐈더니 얼마후에 사슴 이마에 나무가 자라 있었다는 얘기, 그래서 이 사슴을 잡아서 요리했더니 맛난 고기와 훌륭한 소스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는 얘기등은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꼭 허황되고 과장된 반전이 나와서 듣는이로 하여금, 그리고 지금은 읽는이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한다. 사실 이러한 풍자와 유머 속에는 강한 사회 비판 요소가 숨어있다고 한다. 그 날카로움을 감추기 위해 유머 코드를 택한 듯 싶은데 안타깝게도 독일, 영국의 그 당시 사회상에 문외한이라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그렇지만 문학 작품이라는 것이 꼭 현실 반영적이라든가, 작가의 생각 표현, 독자에로의 효용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난 『허풍선이 남작 뮌히 하우젠』을 재미있게 읽고 호탕하게 웃어버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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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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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리브, 김희정 옮김, 『모털 엔진』, 부키, 2010.

 

아쉽다. 너무 짧다. 400여 페이지로 되어 있으니 물리적으로 짧다는 의미는 아니다. 너무나도 재미있게 그리고 몰입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고, 얼마나 아쉬움이 남는지. 작품을 읽는 내내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 조바심과 초조함은 역설적이게도 내게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그랬다. 스토리상 내 예상을 이토록 철저하게 벗어났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상과학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한 평론가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나도 이 책의 첫 문장에 넋을 놓아버렸던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어느 봄날, 런던 시는 바닷물이 말라 버린 옛 북해를 가로질러 작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 장면이 도대체 뭔소린가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견인도시 연대기라는 장르를 확인하고, 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플롯을 따라가다가 이 첫문장이 생각났고, 다시 확인해본 다음에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쫓고 쫓기고 있는 상황. 60분 전쟁이라는 큰 전쟁 후에 새로 등장한 세대들의 생활들을 묘사한 부분들은 당연하단 듯이 피터 잭슨이 군침을 흘리며 영화 판권을 샀을 것이다. 그토록 생생하면서도 만화적인 상상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톰은 엔지니어 3등 견습생인데 톰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은 묘하게 흥미롭고 구체적이다. 4부작으로 계획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털 엔진]에서는 톰에 얽힌 모든 갈등이 전부 해소되지는 않는다. 스토커라는 전투 로봇 슈라이크와 내,외면의 깊은 상처가 있는 헤스터, 그리고 권력에 붙어 있는 냉혈한 밸런타인과 그의 딸 캐서린. 차가운 금속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따스한 정과 관심과 감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모털 엔진』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SF소설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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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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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 『여자공감』, 해냄, 2010.

난 남자다. 책 제목은 여자공감. 그렇지만 충분히 공감했다. 그리고 충분히 위로받았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띠지의 문구 때문이었다. “걱정마, 누구보다 내가 먼저 너를 이해할게” 이 따스하고 정감어린 말투가 내 눈을 사로잡았고, 한순간의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젊음에 보내는 소박한 위로이자, 내가 그토록 필요로 했던 따스한 관심과 격려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등 한번 두드려주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는데, 내 사람이 아닌 이 책을 통해 위로를 얻게 되니 마음이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서운함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 화자- 아마도 작가 안은영이겠지만-처럼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조곤조곤 해줄수 있는 선배가 있다면 정말 내 인생은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J‘라는 인물에게 이야기해주듯이 쓴 이 편지글 형식의 작품은 마치 나에게 직접 써준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 이름 이니셜에 J가 들어있다면 착각했을뻔 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이거 진짜 나한테 쓴거 아니야? 어? 나도 직장상사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이직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안은영.. 이 사람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인가?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만큼이나 공감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책의 예상 독자는 J라고 써있기는 하지만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희한하게도 쉽게 공감이 간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아프고 지쳐있는 모든이에게 전하는 사랑이 담긴 편지이기에 공감이 가는게 아닐까 분석해본다. 삶에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모든이에게 전한다. 따스함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안은영’s love let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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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한들 트라움 시리즈 1
폴커 레징 지음, 조용석 옮김 / 한들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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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레징, 조용석 옮김,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한들출판사, 2010.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인간적으로 솔직한 심정을 밝힌 것에 대해 청중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메르켈 총리는 용감하게 외쳤다. “우리의 한 분의 하나님,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은 평소에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고백을 자제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일국의 총리로서 공식적인 입장에서 신앙 고백을 했다는 점은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 해설자가 해설 도중, 이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주님의 뜻이라는 중계를 했다가 자진 하차한 일이 있다. 자진 하차라고는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못견뎌서 내려왔으니까 도중 하차라고 보는 편이 낫겠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해설자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이를 중계로 보느냐 고백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다르게 되겠지만, 어쨌든 공인으로서 언행은 신중해야한다는 점은 해설자나 메르켈이나 똑같이 적용받는 원칙일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의 무신론 체제를 거쳐 통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인물이다. 메르켈의 아버지는 동독의 루터교회 목사였는데 사회주의 국가에서 교회와 목사는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어서, 메르켈은 다른 동독의 학생들과는 차별화된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동독 교회에서 길러진 신앙과 정치적 신념은 기독교인 정치인으로서 원칙적인 삶을 지향하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동독에서의 교회는 상당히 독특한 공간인데, 신앙의 공간이자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고 정보가 공유된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메르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부끄럽다는 듯이 꽁꽁 숨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폐쇄와 개방, 개인과 공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한 후 자신의 신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만 추측되도록 암시하기를 원하는 것을 선택한 듯 하다.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지만, 공인이기에 이를 조화롭게 조절하려는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공중파를 통해 해설자의 신앙고백이 울려펴질 때, 아멘 보다는 비난과 지탄의 목소리가 큰 우리의 현실에서 공인이 가야할 신앙생활의 한 예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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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아버지
카렐 판 론 지음, 김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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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판 론, 김지현 역, 『내 아들의 아버지』, 소담출판사, 2010.

 

 

내이름은 아르민, 나는 남자다. 그리고 아빠다. 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아들의 이름은 보.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다. 이름은 모니카. 내 첫 사랑이자, 내 유일한 사랑. 그녀는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공부도 못했던 부류에 속했던 나와는 다르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그런 그녀와 사랑을 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했었다. 이렇게 자꾸만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그녀가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니카는 죽었다. 그래서 나는 모니카의 친구인 앨런과 함께 보를 키우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실혼 관계이다. 꼭 아무래도 아이에게는 엄마가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앨런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니카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나는 앨런이 좋다. 앨런이 모니카와 친했기 때문에 그녀를 만나게 된 거지만, 처음부터 앨런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난 모니카를 만날 당시에는 그녀에게만 집중했고, 다른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았다. 사실 앨런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갖기는 했지만, 그건 술김에 그런거지 난 절대로 모니카만 사랑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병원에서 내가 병이 있단다. 무정자증. 그런데 내게는 아들이 있다. 이름은 보. 나와 모니카의 사랑의 결실. 그런데 나는 무정자증이란다. 보. 너는 누구냐? 모니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보의 진짜 아빠는 누구란말이야? 말을 해봐! 그러나 모니카는 말이 없다. 미안함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 모니카는 죽고 없다. 답답하다.

그동안 사랑했던 보가 내 아들이 아니란다. 그런데 묘하게 닮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자지간이니까 당연히 닮았다고 하지만, 나와 보는 어떠한 혈연적 관계도 없다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네들의 말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보의 진짜 아빠는 누구이고, 모니카가 사랑한 그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 왜 보는 나와 닮은 거지?

이러한 상황에 놓인 내가 보의 아빠, 모니카의 사랑을 찾는 과정이 의문의 꼬리를 물고물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너무 몰입하다보니 모니카에 대한 아르민의 분노가 나에게 고스란히 전이됐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에 섣불리 ‘이 사람이 아빠구나, 이제 답을 알았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앞서 나열한 질문들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을 마지막장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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